미국-멕시코 국경지역에 자리잡고 미국시장에 가전제품 등을 조립·수출하는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산업이 최근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마킬라도라는 미국 샌디에이고와 이웃한 멕시코 북부도시 티후아나, 시우다드 후아레스 등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 지역으로 60년대부터 대미 수출생산기지로 급부상했다. 이후 저렴한 인건비, 북미시장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려는 미국·일본 기업들이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이 지역보다 인건비가 더 싼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00년을 정점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 말에는 130만명이 고용됐지만 그 후 30만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자리 감소 추세가 주춤하면서 이 지역이 또다시 이전의 활기를 찾을 전망을 보이고 있다.
주요 배경으로는 사스(SARS), 서부항만 파업사태 등의 여파와 함께 최근 디지털TV 수요처 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북미시장에 대한 손쉬운 접근이 단연 돋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 지역에 수천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킬라도라의 전문 컨설턴트인 글로벌인사이트의 존 크리스먼은 “이제 일자리 감소 추세는 바닥을 쳤다”고 진단했다.
지난 2000∼2002년 4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던 미국 케이블TV 관련 제품업체 사이언티픽애틀랜타의 시우다드 후아레스 공장에는 최근 1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주 수출시장인 미국에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스트먼코닥도 멕시코 진출 의사를 밝혔고 전자부품업체인 케밋(Kemet)도 멕시코에서 500명을 새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사스 창궐로 타격을 받은 것도 마킬라도라 공단에는 도움이 됐다. 사스 파동과 지난해 미 서부항만 파업사태로 인해 기업들은 아시아를 미국 수출제품의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재검토를 하고 있다.
물론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멕시코의 복잡한 행정규제와 조세정책 등은 이 지역의 경쟁력을 많이 떨어뜨려 놓았다. 중국이 사스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도 불안한 점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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