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지나간 뒤의 끈끈한 자국은 생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달팽이들은 그 끈적거리는 물질을 따라 어떻게 이동하는 것일까. 달팽이의 이동속도는 왜 이 물질이 많을수록 빨라지며 적을수록 이동저항이 커지는 것일까.
미국 MIT 연구원들은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로봇 달팽이를 만들었다. 이 로봇 달팽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암치료 등 의료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달팽이 연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우선 달팽이의 운동방식을 이해하고 마이크로유체공학 분야인 극소 규모의 유체 행동방식을 관찰하는 것이다.
MIT 기계공학과의 아네트 호소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달팽이 점액 속성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제부턴 생물학의 기계적 측면을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소이 교수, 대학원생 브라이언 찬, 동료교수 존 부시는 몇주 동안 각종 장치, 배선, 플라스틱 조각들로 로봇 달팽이를 제작했다. 이 로봇의 길이는 25㎝ 정도로 얇은 점액층을 누르며 전진할 수 있는 고무막으로 덮여있다.
이들은 달팽이 점액으로 실리콘오일과 글리세린과 물의 혼합물 등 두 가지의 인공 윤활유를 사용해 실험했다. 진짜 달팽이가 만드는 미끄러운 점액은 점성이 운동량에 따라 달라지는 이른바 ‘비뉴튼 유체’다.
호소이 교수는 “평면 위를 움직이는 물체보다는 어떤 지형이라도 돌아다니는 물체를 만드는 것이 더 유용하다”며 “로봇 달팽이를 이용해 어디서든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지형에서 돌아다닐 수 있으려면 작게 만들어야 한다”며 “달팽이는 발이 하나라는 것과 작다는 장점을 갖춰 어떤 곳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소이 교수는 로봇 달팽이 연구가 의학과 직접 관련되진 않지만 극소칩 등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미세 치료장치 개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MIT 기계공학과의 토드 토슨 교수는 “대형 진단장비의 기능을 우표 크기의 칩으로 줄이면 비용·공간·노동·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공상과학에 빠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토슨 교수는 “소형 칩은 살모넬라 식중독 발병과 관련된 DNA와 RNA를 분석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며 “손가락 끝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혈액 속의 수십가지 화합물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 등 소형 칩을 예방의학에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이크로칩 기술이 지난 5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고 덧붙였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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