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정책이 갈림길에 놓였다.
유무선 가릴 것 없이 통신서비스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달은 상황에서 그간 성장 위주로 앞만 보고 달린 통신서비스정책도 한계에 직면했다. 정보통신부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이 문제와 씨름해왔다.
그랬던 정통부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고 막바지 손질중이다. 오는 24일 당정협의회를 끝으로 이르면 이번주부터 새 정책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는 아직도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한 눈치다. 미래 정책의 뼈대가 될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정책 판단에 어려움을 주는 두 가지 큰 이슈와 이에 따를 정책 향방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새로운 통신서비스 정책이 당면한 문제는 지배적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격차 해소다. 유선을 시작으로 시장 위축이 본격화하면서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했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급기야 후발사업자인 두루넷과 온세통신 등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구조조정의 부담까지 안겨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후발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비대칭 규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유선업계에서는 LM시장 개방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무선업계에서는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 단말기보조금 차등 지급 등의 주장이 나왔다.
유효경쟁 체제의 유지를 정책목표로 내건 정보통신부로서는 충분히 수용할 만한 비대칭규제 장치들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대부분 보류했다. 제도들이 상호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우선 순위 결정이 쉽지 않은 데다 제도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오는 24일 열릴 당정협의회를 갖고 ‘유효경쟁체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나 이날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정책 확정이 또다시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처럼 정통부가 결론을 유보하는 사이 KT와 SK텔레콤 등 지배적사업자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다소 지연되고 있을 뿐 조만간 가시화할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LM시장을 무조건 개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점이 좋지 않아요. 당장 새로운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몫을 억지로 떼내면 우리 회사도 어떤 상황이 될지 모릅니다.”(KT 임원)
“선발사업자들은 마케팅 활동 하나하나 간섭을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죄인’ 취급을 받습니다. 후발사업자들 만큼이나 우리도 답답합니다.”(SK텔레콤 임원)
지배적사업자들은 정통부에 대해 이렇게 대놓고는 말 못해도 이처럼 비대칭 규제의 완화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다. ‘유효경쟁도 좋지만 일단 시장의 ‘파이’부터 크게 해 놓고 논의하자’는 말로 요약된다.
문제는 ‘파이’를 키울 만한 게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세대 통신서비스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려면 요원하다. 기존 사업도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수단이 없다.
후발사업자들도 선발사업자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시장 퇴출에 몰릴 정도로 다급한 상황에서 선발사업자들도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후발사업자 관계자는 “우리가 정부의 비대칭 규제에만 무작정 기댄다고 하나 어느 정도 정당한 요구라고 본다. 출발선에서부터 만들어져 있던 핸디캡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배려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도 양쪽의 입장을 가급적 수용하려 한다. 이에 따라 유선·무선망 개방과 같이 큰 틀에서 유효경쟁 체제를 확고히 하고(후발사업자의 요구) 마케팅규제 제한 해제 등 시장경쟁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방안(선발사업자 요구)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양측 모두에 불만족스러운 것으로 비대칭규제 강화-파이확대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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