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가 워낙 죽어 있다보니 음악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은(어쩌면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100만장, 200만장 하던 가요음반 판매량도 10분의 1로 쪼그라든 상황이니 이미 밀려난 팝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흘러간 팝송, 이른바 올드팝이 명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수요가 뚝 끊겼다.
상영중인 영화 ‘미녀삼총사’를 보면서 ‘팝송의 시대’라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우리 한국인들이 서구 팝송에 얼마나 열광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야 단순무식의 극치라느니 황당무계한 상업영화의 전형이라느니 하는 비판이 있지만 그 속에 삽입된 음악들만은 우리에게 ‘즐거운 향수’를 제공한다.
영화의 장면마다 참으로 많은 곡이 흘러나온다. 조금 깔리든 많이 나오든 30곡은 넘을 것 같다. 그것도 비 제이 토머스의 ‘Rain drops falling on my head’를 비롯해서 도나 서머의 ‘Last dance’, 엠씨 해머의 ‘U can’t touch this’, 본 조비의 ‘Livin’ on a prayer’ 등 대부분 귀에 익은 팝송들이다. 모처럼 듣는 그룹 후의 ‘Who are you’, 고 앤디 깁의 ‘I just want to be your everything’이 나올 때는 반갑기까지 하다.
적어도 음악 팬들 입장에서는 ‘들을 거리’가 볼거리를 압도한다. 마치 속사포처럼 불쑥 나왔다가 사라지면서 관객들에게 ‘어? 저 곡이 뭐더라?’ 하게 만든다. 심지어 영화 전체가 음악이 주도하는 ‘장편 뮤직비디오’로 보여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음악 때문에라도 영화에 대한 실망이 어느 정도 만회된다.
특히 기성세대가 우연히 휴식 겸 눈요깃거리로 이 영화를 관람했다면 시각적 쾌감 이상의 청각의 즐거움을 만끽했을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내가 참 팝송 많이 들었구먼. 대부분 아는 노래네!’ 하며 스스로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신세대 쪽에서는 올드팝이 생소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들이 몇년 전 테크노 시대 때 즐겨들었던 프로디지의 ‘Firestarter’나 케미컬 브러더스의 ‘Block rockin’ beats’가 격투장면에 흘러나와 박진감을 높여주니까. 올드팝마저도 설령 제목은 모를지언정 선율만은 그리 낯설지 않게 들릴 것이다.
영화에 나온 음악을 모두 챙긴다면, 그 곡들이 유행한 시점을 안다면 약식(略式)이겠지만 ‘팝송의 현대사’를 간추리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과연 이 영화의 삽입곡 가운데 내가 아는 것은 몇곡?’ 하며 스스로 테스트하기에도 좋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팝송을 알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 아니다. 주장한다고 해서 안듣는 팝송을 갑자기 듣지도 않는다. 아쉬운 것은 요즘 상황을 보면 마치 우리가 전에 한번도 팝송에 열광하지 않았던 것처럼 팝시장 분위기가 황폐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아무리 시대의 반영이라고 하지만 ‘흔적’도 없이 폐기처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정말 야박한 ‘문화의 단절’이다. 우리는 대중문화를 축적이 아닌 그저 한때의 ‘소비’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70년대 TV 드라마를 영화로 재생하고, 거기에 음악을 붙여 그럴듯하게 흥행을 꾸려내는 그네들이 부럽다.
임진모(http://www.izm.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5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