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들이 ‘파업’을 했다.
그것도 소속사나 팀이 아니라 자신들의 활동무대인 게임리그를 열고 있는 게임방송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출연거부라는 형태다.
이들이 파업을 하기까지 겪어온 고충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일부 스타급 프로게이머야 두둑한 연봉에 우승상금, 가끔 들어오는 CF까지 더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은 빈약한 연봉과 턱없이 적은 출연료 밖에는 의지할 것이 없는 상태라 생활이 곤란할 지경이다.
더구나 프로게임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적어 게임단에 입단하기도 쉽지 않고 정식 선수로 등록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연습생이나 구단에서 발굴해 키우는 선수들은 아예 연봉계약조차도 없다. 팀에 합류해 함께 연습하고 대회에 출전할 따름이다.
얼마전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문화부 관계자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일거리를 줘야한다”며 방법을 모색하고 다녔다.
오죽했으면 정부관료가 나섰을까.
그러나 이번 프로게이머들의 특정 방송사 출연거부는 그동안 ‘e스포츠’ 육성을 위해 노력해온 많은 관계자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로게이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어쩔수 없는 조치”라며 지지를 표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프로게이머들이 배가 불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게임대회 본선에 올라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방송을 통해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던 선수들이 어느정도 알려지기 시작하자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이들의 파업을 옹호하는 이들은 “프로게이머들이 너무 많은 대회에 참가하느라 피곤해하고 있다”며 “이들도 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게임리그를 진행하는 방송사의 경우 시청률을 위해 몇몇 스타급 선수들에게 연간 실시하는 모든 대회에 출연할 것을 강요하고 있어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일부 감독들이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선수들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관행상 선수들의 수입이 올라야 감독들이 챙길 수 있는 수익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프로게이머나 감독들의 수익은 소속사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지 상금을 걸고 대회를 열어주는 게임리그 주최측이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프로게이머들의 출연거부 움직임이 또다른 방송사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프로게이머들도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방송사를 상대로 한 출연거부는 방법이 아닌듯 싶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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