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차세대 성장산업 `로봇`

◆김진오 광운대 정보제어공학과 교수 jinohkim@dreamwiz.com

 

 지능형 로봇산업은 과연 우리 경제의 차세대 성장산업이 될 것인가.

 요즘 정부당국이 앞장서서 지능형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로봇에 대한 산업계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로봇기술이 인터넷 이후 21C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주요 흐름임을 정부당국이 간파한 때문이다.

 사실 로봇산업은 전후방 산업효과가 지금까지의 어떠한 산업보다도 큰 산업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로봇이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가를 따지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일본에서 2020년까지 로봇산업을 자동차산업 규모로 키우려는 노력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산자부, 과기부, 정통부에서는 매주 로봇산업에 대한 기획회의가 열리고 로봇산업의 국가적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로봇업계 관계자로서 로봇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무되는 현상은 기쁘기 그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차세대 로봇산업을 단순히 과거 반도체나 가전, 자동차산업처럼 벼락치기 투자로 성공이 가능하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앞선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차세대 로봇산업이 기존 산업보다 육성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우리경제를 먹여살려온 가전과 조선, 자동차산업은 초기에는 폐쇄적인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차세대 로봇산업은 언제나 치열한 국제적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로봇산업은 유무선 통신산업과 같은 정부의 보호장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 어려운 현실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로봇수요를 스스로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차세대 로봇산업이 당면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하에서 몇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질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의 로봇산업은 과거 80년대 후반 로봇기반의 생산자동화 분야에 대한 투자실패를 또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둘째, 한국인 특유의 조급한 심성과 과감한 시설투자로 요행히 성공해온 반도체, 자동차분야의 성공신화가 로봇산업에서도 통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로봇수요가 확대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로봇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

 이같은 질문에 스스로 긍정적인 대답을 내리려면 오늘날 국내 로봇산업을 이끄는 일부 대기업들의 로봇사업 전략부터 바꿔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주로 대기업들이 자체 생산라인에 투입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을 개발, 생산해왔다. 자체 로봇수요를 개방하지 않는 폐쇄된 대기업 중심의 로봇산업환경은 여타 로봇전문업체의 탄생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선 모기업에서 ‘사용가능한’ 로봇만 생산됐고 외부시장에 팔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로봇은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짧은 납기와 부족한 투자 또 부족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모기업에서 쓸 수 있는 로봇만 만들어도 만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로봇산업은 해외시장에서 팔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로봇개발을 목표로 통신, 가전, 콘텐츠 등 여타 산업분야와 과감한 공동사업을 추진해야할 시점이다. 몇몇 천재 로봇연구원의 머리와 손만으로 외부시장에 팔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지금 한국의 차세대 지능형 로봇산업은 그 중요성과 전후방의 파급효과 때문에 국가적으로 정한 시간표에 어떻게든 맞추어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어야할 지상명제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로봇개발사업은 기존 로봇업계만 모여서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외부전문가들을 영입해서 함께 추진해야할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로봇산업을 한국경제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만드는데 있어 전제조건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