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이제부터 가시밭길"

 지난 8일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진통 끝에 ‘LG그룹 증자안’이 통과됨에 따라 LG그룹은 하나로통신 인수를 위한 마지노선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하지만 주총 결의라는 ‘선’을 넘어서려면 아직도 많은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대다수 통신 애널리스트도 이사회 통과를 결론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제부터 진정한 ‘세 대결’과 ‘협상력 게임’이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에 대한 대부분 증권사의 투자의견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편향없이 ‘중립’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임시주총까지 남아있는 주요 변수는 다음과 같다.

 <변수1> 유상증자 주당가격이 시가 수준일 때와 현저히 낮을 경우=증자시 주당가격의 높낮이는 바로 실권발생 규모 및 주당가치 희석정도와 직결된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최저가격 2500원과 3000원이라는 두가지 주당가격의 예만 놓고 보더라도 2500원일 때 실권주 발생은 크게 줄지만 주당가치 희석률이 크게 높아진다. 반면 3000원일 때는 실권이 많이 나와 결국 LG측의 부담이 가중된다.

 대우증권 양성욱 연구원은 “LG측의 최근 움직임과 의도를 봤을 때 시가수준의 증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실권이 많이 나와 부담스럽겠지만 지분과 하나로통신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가발행 쪽에 무게를 둔 의견이다. 그러나 최저가 발행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저가 2500원 수준에서 결정되면 지금도 지분 60%를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증자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실권주 발생 여지는 크게 줄겠지만 기존 주주의 주당가치 하락피해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변수2>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주요주주가 반대할 경우와 찬성할 경우=지금까지 두차례 이사회에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LG에 반하는 표를 던졌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양사가 그룹논리에 따라 LG를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면서도 각각이 보유중인 하나로통신의 지분가치를 최대한 높이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LG그룹과 삼성전자, SK텔레콤 간에 벌써 깊은 단계의 조건부 협상이 오가고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SK텔레콤이 주주총회에서 LG측 찬성안을 던지는 대신 각각 보유하고 있는 8.43%, 5.41%의 지분을 디스카운트없이 LG가 떠안는 정도의 조건이 가장 현실적인 카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 SK텔레콤이 각각 하나로통신 지분매각과 유선사업 출자지분 정리라는 공언을 해놓은 상황에서 주주총회에서까지 무작정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거라는 시각이 대세로 통하고 있다.

 <변수3> 주주총회에서 가결될 경우와 부결될 경우=일단 통신 애널리스트들은 주주총회에서의 LG증자안 가결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양성욱 연구원은 “LG가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까지 그만큼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을 주주총회까지 끌어가서 그르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권주를 전량 떠안는다는 향후 실천의 문제가 남을 뿐이지, 주총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주 연구원의 시각은 이보다 훨씬 신중하다. 이 연구원은 “LG증자안이 주총에서 의결되려면 전체 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단적으로 70% 지분이 개인과 외국인에 돌아가 있는 상황에서 LG그룹은 주총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는 지분은 갖고 있어도 가결시킬 힘은 없는 셈”이라며 여전히 가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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