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창 수설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한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지난 92년 한·중 수교 이후 매년 교역액이 25%씩 증가하듯 양국 관계도 갈수록 돈독해져왔다. 한·중 양국간 관계는 수교 당시 ‘우호관계’에서 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중 때에 ‘21세기 한·중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후 ‘전면적 협력관계’로 다시 한단계 더 진전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엊그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단계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단순히 보면 동반자 관계의 앞에 따라붙는 형용사가 달라진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형용사 하나를 고치기 위해 양국은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인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한·중 양국간 관계설정이 정부는 물론 민간교류의 기본 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형용사에 따라 교류 폭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모든 문제를 따져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은 통상국가간 양자관계를 긴밀도에 따라 △동맹 △전통적 우호협력 △동반자 △선린우호 △단순 수교 등 5단계로 나누고 있다. 대국적인 면모를 과시하려는 중국 특유의 외교적 수사(修辭)가 그대로 배어있다. 북한과는 양자관계의 최고단계인 ‘동맹관계’를 맺었던 중국이 한·중 수교 이후 수준을 한단계 내려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최근 초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이 이번에 우리나라와의 관계설정에 있어 ‘전면적’이라는 외교적 수식어를 붙인 것은 다른 수교국들에 비해 한국을 더욱 긴밀한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분야에서 느끼는 한·중 관계는 우호적이고 장밋빛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은 가깝지만 매우 먼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해외기업의 투자나 무역장벽은 까다롭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기업의 중국 투자에 핵심이 되는 한·중 투자보장협정 개정에는 실패한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경쟁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무역장벽들도 국내기업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가한 반덤핑 규제가 대표적이다. 또 8월부터 일부 전자제품 등 수입 공산품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중국강제인증(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제도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외견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술규격 기준, 승인절차 통일 등 4가지 원칙을 이행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중국 당국의 심사가 까다롭고 인증받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CCC인증을 신청한 중소기업 1100여개사 중 8.7%만 획득했고 인증신청을 했다가 서류심사에서 떨어진 기업이 200개사에 이른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동안 CCC 적용품목에 대한 중국 수출이 많았던 우리업계로선 치명적인 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중국시장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이다. 또 CCC제도는 우리가 어차피 넘어야 할 불가피한 관문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관련 지원기관이 합심해 CCC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한·중 양국 정상회담 결과 후속 협상에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국 인증기관간 상호인정협력체제(MOU)를 구축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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