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스포츠계의 아마추어리즘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화려한 전략으로 신세대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즐비한 e스포츠계가 요즘 크고 작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연패의 주인공 임요환 선수가 올해부터 우승자 자동출전권이 폐지된 데 불만을 품고 이 대회 불참을 선언했는가 하면 프로게이머협의회가 게임방송사 측에 리그 상금을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방송 출연을 거부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e스포츠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진통이라는 점에서 우선 긍정적이다. ‘게임만 하면 된다’는 아마추어적인 발상에서 프로세계의 권리와 의무, 내용과 형식을 갖춰나가는 과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는 방식은 지극히 아마추어적이다. WCG 사태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스타의 주장이라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에서 1년 전부터 자동출전권 폐지를 공고해온 조직위원회가 하루 아침에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 임 선수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규정을 바꿨다가는 WCG가 말 그대로 국내용 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자동출전권 문제에 따른 임 선수의 대회 불참 선언이 이제 막 세계적인 권위를 쌓고 있는 WCG는 물론 그를 따르는 후배 게이머들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프로게임협의회가 게임방송사 측에 리그 상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한 것도 게임리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못된다. 이제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춰가는 방송사들이 무리하게 리그 상금을 부담할 경우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고 이는 리그 중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방송사의 프로게임리그로 정작 실익을 챙기고 있는 비벤디와 같은 게임프로그램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비벤디는 프로게임리그의 주요 종목인 스타크래프트를 350만장 이상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도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온 터였다. e스포츠계가 진정한 하나의 스포츠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적인 사고에서 탈피해 더욱 거시적이고 전문가답게 하나하나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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