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수 보호`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또 봅시다.”

 최근 전기·전력업계 홍보 담당자들이 떠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품과 브랜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보이지 않는 마케터’라 불리는 홍보 담당자들이 하나둘 전기·전력업계에서 퇴장하고 있다.

 업계 특성상 이들 업체의 홍보는 기본적으로 통신·전자 등 타 산업에 비해 취약하다. 더욱이 IMF 이후 지난 수년 동안 국내 전기·전력업계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각 업체의 홍보라인은 거의 와해 수준이다.

 한 때 일곱명에 달하던 A전선의 홍보팀은 사실상 1인체제로 바뀐 지 오래다. B전기의 홍보팀은 아예 공중분해돼 해당업무가 기획실로 넘어갔다. C기전의 홍보팀도 총무부로 흡수됐다. 상장업체의 홍보팀 역시 본연의 대고객·언론홍보는 뒷전이고 IR가 주 업무가 된 지 오래다. 운좋게 홍보팀에 남아있다해도 타 부서로의 순환근무는 기대하기 힘들다. 희망자가 없어 대체직원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층의 홍보 마인드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수성가형일수록 더 그렇죠. 불행히 이쪽 동네(전기·전력업계)는 그런 형의 CEO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공격적인 홍보전략을 기대하긴 어렵죠.” 회사 측에서 신제품 출시 보도자료, 사보제작 외에 더 이상의 활동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 한 홍보 담당자의 푸념이다.

 D전선의 전직 홍보과장은 “홍보 담당 직원이 구조조정의 1순위가 되면서 수십년 동안 쌓아온 홍보 노하우가 사장되고 있다”며 “특히 홍보부서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인맥관리 등은 단시일안에 새로 구축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아쉬워했다.

 조흥은행 파업사태를 겪으며 큰 고초를 겪은 금융당국은 ‘은행 전산직’에 대해 파업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매년 반복되는 철도·지하철 파업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관련 부처와 각 지자체도 ‘기관사’에 대한 특별관리를 모색중이라고 한다. 평소 한직이나 격무직으로 취급받아온 이들에게 정부와 사용자 측의 이른바 ‘선수보호’가 시작된 것이다. 전기·전력업계에도 언제쯤 이같은 패러다임 변화가 몰려올지 아쉽기만 하다. 

 

 <디지털산업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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