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기EL 시장 선점 `포문`

 소니, 산요, 동북파이어니어 등 일본 업체들이 잇따라 유기EL 양산에 나서며 그동안 차세대 액정패널로 주목받아온 유기EL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업체들이 TFT LCD 패널 시장에서 한국·대만에 밀린 이후 차세대 패널에서 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닛케이산교신문에 따르면 산요전기가 지난 2월 유기EL 양산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에 소니가 본격 양산을 선언했다. 또 동북파이어니어가 이달 초 양면에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유기EL 제품을 선보이고 350억엔(약 3500억원)을 투자해 양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산요·소니·동북파이어니어로 이어지는 일본 3개사가 차세대 액정 패널 시장에 한발 앞서 진출해 세계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노리게 됐다.

 지난 2월 산요전기는 미국 이스트먼코닥과 공동출자한 디스플레이 업체인 SK디스플레이를 통해 유기EL 양산에 들어갔다. 산요는 또 올해 다른 자회사인 돗토리산요전기에서 대량 생산을 개시하는 등 월 양산 수량을 현재 10만장(2인치 기준)에서 100만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소니는 유기EL이 차세대 표시장치로서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까지 확대될 것으로 판단, 소형 패널부터 양산에 나선다. 소니는 도요타자동차그룹과 50%씩 출사한 액정 자회사 ST·LCD에 90억엔을 투자해 월 30만장의 제조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내년 봄부터 양산하게 되며 생산품을 자사의 비디오카메라와 휴대폰에 채택할 방침이다.

 동북파이어니어와 반도체에너지연구소가 공동출자한 엘디스는 350억엔을 투자해 월 50만장 규모의 유기EL용 TFT 기판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에 맞춰 최종공정인 증착·패널화를 위해 25만장분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스스로 발광하는 유기EL의 특성을 살려 앞뒷면에 모두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동북파이어니어의 1인치 컬러 유기EL은 휴대폰 메이커들의 ‘서브 패널’로 결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사의 공급능력만도 월 150만장을 넘어 초기시장 선점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기EL의 초기 수요처로 여겨지는 휴대폰 세계시장이 연간 3억∼4억대인 점을 감안할 때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유기EL 양산을 주저하던 분위기 일소와 함께 신규시장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얇고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을 가진 유기EL은 최근 수년간 차세대 액정 패널로 주목을 한몸에 받아왔다. 특히 소니는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치 않는다는 기존 정책을 뒤집고 “향후 대형 디스플레이로 유기EL을 생산해 TV용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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