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스 올마이티
만약 이 세상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마치 내가 창조주인 것처럼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나는 풍선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고 싶다. 원하는 곳으로 순간이동하고 싶다. 모든 장벽과 철조망과 대포를 모두 사라지게 하고 다시는 인류에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다. 혹은 세상의 모든 여자가 나만을 사랑하도록 하고 싶다는 엉큼한 마음도 가능하다. 전지전능한 창조주인데 불가능은 없다. 자, 그렇다면 조금 다른 상상을 해볼까? 미욱하고 왜소한 인간들은 언제나 이런 꿈을 갖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잠깐 그런 상상을 하는 순간은 즐겁지 않은가.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는 잠깐 동안의 이 즐거운 상상을 브루스 놀런(짐 캐리 분)에게 실제로 일어나게 한다. 브루스는 지방 방송국 뉴스 리포터다. 직장에서는 경쟁자에게 밀려 앵커 자리를 빼앗기고 세상 모든 일에 불만이다. 불평불만 가득한 브루스는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며 창조주를 욕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 창조주(모건 프리먼 분)가 허름한 청소부 차림으로 나타나 브루스에게 자신의 모든 능력을 주고 일주일 동안 휴가를 가겠다는 것이다. 자, 이제 브루스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손가락 하나로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브루스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을까? 당신이라면 어떡하겠는가?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구체적인 줄거리 설명 없이도 가능하다. 그냥 짐 캐리 영화, 이렇게 말하면 된다. 그 이상 무슨 수식어가 필요하겠는가.
짐 캐리 영화는 모두 다 그렇듯이 그의 전지전능한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만약 저 영화를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상상은 불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 버팔로방송국 채널7의 방송 리포터들은 지역민의 사소한 일상사에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 취재를 하는 게 고작이다. 브루스는 놀랄 만한 특종을 잡아 방송하거나 은퇴하는 메인 앵커의 후임으로 그 자리에 앉고 싶어한다. 그가 전지전능한 힘을 부여받았을 때 그는 제일 먼저 자신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온갖 특종을 만들어서 최고의 방송 리포터가 되고 메인 앵커를 쫓아낸 뒤 자신이 그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그게 행복일까? 신의 임무를 다한 것일까?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대로 개인의 사소한 일에서 보편적인 행복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시나리오에 우리가 불평불만을 터뜨릴 필요는 없다. 최대공약수의 사람들을 보편적으로 만족시키고자 만드는 것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니까. 더구나 짐 캐리 같은 일급 스타를 캐스팅했으면 그에 걸맞은 상업적 계산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프렌즈’로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니퍼 애니스톤이 짐 캐리의 상대역인 그레이스로 출연한다. 보육원에서 일하는 심성 고운 그레이스는 브루스가 불평불만을 터뜨려도 언제나 그를 포근하게 감싸는 따뜻한 캐릭터다. ‘매트릭스’에서 네오의 이름처럼 뒤집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등장하는 절대자 ‘The ONE’역의 모건 프리먼은 흰 옷을 입고 진짜 신처럼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역시 좋은 배우다. 그의 감독작 ‘보파’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흑인 인권운동의 메시지가 숨어 있는 작품이었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짐 캐리에 의한, 짐 캐리를 위한, 짐 캐리의 영화다.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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