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SCI의 이면

◆고은미 편집위원 emko@etnews.co.kr

 

 ‘SCI’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SCI는 서지 정보전문 회사인 미국의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 http://www.isinet.com)’에서 제공하는 서지 데이터베이스 ‘과학논문 인용 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의 약칭이다.

 SCI는 영어권 언어로 쓰여진 이공계 분야 학술정보를 제공한다. 논문의 제목, 집필자, 개요, 핵심어를 수록하고 있다. 논문을 쓸 때 연구자가 해당 논문을 인용하는 인용빈도수를 잡지별, 논문별, 집필자별로 통계를 내서 제공한다. ‘SCI’에서 다루는 학술지는 3800여종이다. 그것들을 흔히 ‘SCI 학술지’라고 한다. 그리고 SCI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수와 인용빈도수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의 계량화된 평가기준이 된다. 물론 SCI에 등재된 학술지는 어느 정도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모두 인정한다.

 우리 대학가도 SCI 게재 논문을 몇편 썼는지, SCI 점수가 모자라서 승진에서 누락되었다든지 하는 대화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SCI에 실렸다고 해서 갑자기 세계적인 과학자로 평가되는가 하면, SCI 게재 논문 수가 모자라 승진에서 탈락하는 일이 많아졌고 심하게는 학교를 떠나는 교수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SCI는 정말 연구평가의 툴로서 완벽한 것일까. 이제 그 이면을 볼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SCI 등재 학술지의 학문 주제는 편향되어 있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SCI 등재 학술지의 50% 정도가 의·약학과 생물과학이다. 이는 SCI를 이공학 전 분야의 일률적인 평가 잣대로 삼는 것이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비교적 학문의 역사가 짧은 정보통신 분야는 등재 학술지가 적다. 정보통신의 경우 IEEE 학술지가 더 권위를 갖기도 한다. 바이오·나노과학 등 최첨단 과학은 등재학술지가 더 적다. 일례로 작년에 떠들썩했던 논문 표절사건의 해당 분야인 전산과학의 경우 관련 논문의 6.4%만이 SCI에 등재돼 있다. 즉 전공에 따라 어떤 분야는 상대적으로 SCI 논문 등재가 쉽고 어떤 분야는 매우 어렵거나 심지어 SCI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또한 SCI는 언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논문 전부를 영어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영어권 연구자가 유리한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영어권에서 공부를 하거나 연구를 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인용빈도수도 어떤 주제에 대해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인용하기를 좋아하는 논문이 있어 인용되어지는 논문이 자주 이용된다든지, 여성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덜 인용된다든지 하는 조사가 있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연구평가방법이 절대적일 수는 없고 그나마 SCI가 가장 객관적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우리 이공계 학문의 SCI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은 문제가 있다. 연구평가는 교수의 신규채용, 승진, 재임용 등에 결정적으로 작용해서 학문의 발전을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평가방법은 다양할수록 좋다. SCI 등재 여부가 연구의 질 또는 연구성과를 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본질이다. 미국의 명문 공대인 MIT·버클리 등은 SCI 상위 순위에 들지 못한다. 유럽의 유명 대학들도 SCI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유독 우리만 ‘SCI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수와 인용빈도수 즉, 영향력 계수에 교수의 신규임용, 승진, 연구장려금 등까지 영향을 받는다.

 사정이 이러니 이공계 연구가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보다는 SCI 등재 개수에 따라 재편되리라는 걱정도 있다. SCI에 한번 등재되려면 일정 기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논문 게재수를 중시하니 이공계 학문 연구가 SCI에 맞춰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유능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SCI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제 우리 이공계도 SCI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차제에 새로운 우리 형편에 맞는 평가의 툴을 만들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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