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코리아 이용택 사업팀장 icarus_its@hotmail.com
일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이야기’에서 로마의 인프라를 중국과 비교해 설명한 바 있다.
그녀는 로마의 문화가 현재까지도 법, 제도적으로 서구사회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은 사회의 인프라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같은 시기에 중국은 이방인의 침략을 견제하기 위해서 만리장성을 쌓아 더욱 폐쇄적인 인프라를 건설한데 반해 로마는 이방인의 지역에 로마로 통하는 도로를 건설해 로마의 문명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개방적인 인프라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다름 아닌 정보다. 굳이 메트칼프의 이론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할 때만이 그 효과가 커진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교통정보시스템(ITS)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교통정보 인프라의 국내 접근방법을 생각해 보면, 만리장성과 같은 폐쇄적인 정보인프라를 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근심에 빠지게 된다.
지난 10년간 국내에도 ITS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관련 기관들은 개별적으로 교통정보센터를 구축하고 다양한 교통정보를 수집,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센터들은 정보수집장치가 부족하고, 각 교통센터의 운영주체간 협조체제가 미흡해 교통정보의 질적 수준이 매우 낮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센터간 정보교환에 필수적인 데이터사전이나 정보교환을 위한 메시지 셋의 표준화 진행이 미흡해 정보간 상호연계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는 지금 모바일, PDA와 같은 다양한 휴대형 매체가 발달하면서 출발지와 목적지와의 연속된(seamless) 실시간 교통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서비스의 수요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확대로 국제 텔레매틱스(telematics)시장은 조만간 27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위치기반시스템(LBS)의 활용 또한 전체 이동통신서비스의 40%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정책지원 및 이동통신사와 자동차회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교통정보화 사업의 성공은 요소기술 개발과 함께 정보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사용자에게 얼마나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달렸다.
일본의 경우 70년대부터 통합된 교통정보인프라의 개념을 가지고 민·관 공동협력체를 운영해 왔으며, 90년대에 이를 바탕으로 빅스(VICS)시스템을 개발, 카내비게이션 1000만대 보급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국내도 더 늦기 전에 정보 인프라로서 교통정보를 재조명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교통정보는 운영주체가 대부분 공공부문이고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인프라임을 고려할 때, 정부 주도하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또 일본의 경험과 같이 중복투자로 인한 국가적 재원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민·관이 수집하는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협력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망체계, ITS용 전자지도, 메시지 셋 등 정보의 연계에 필요한 표준화를 조기에 완성하고 연계된 교통정보를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해 국내 수요에 맞도록 그룹화해 나갈 수 있는 교통정보 통합운영관리체계의 도입이 절실하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더라도 통합적인 교통정보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결코 경쟁력 있는 ITS를 구현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2000년 전 로마인의 지혜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아야할 시점이다. 결국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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