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영업 자세를 갖추고 살아야 하는 CEO로서 차별화된 이미지가 필요했고 이것이 나의 관심과 정성을 전달하는 직접적인 표현이자 경쟁력이 되었다. 지난 2000년 9월에 있었던 한국벤처기업대상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모습.
‘개성껏 사업하라.’ 당찬 여사장이라는 평과 함께 15년간 연구개발 제조업체를 끌어오면서 언제나 나는 여성이기 이전에 경영인임을 잊지 않았다. 사실 성별을 넘어선 나의 경영스타일의 바탕에는 체질적으로 술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서라도 직원들을 감싸안고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의무감이 크게 작용했었다.
피곤한 퇴근길의 소주 한 잔이 생활의 즐거움인 공장직원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 나는 스스럼없이 그들 틈에 끼어 앉아 그들의 불평불만을 들어주며 함께 울고 때로는 얼싸안고 격려할 수 있어야 했다. 당시 남성 못지 않은 주량을 견디는 내 자신에 스스로도 놀랐었는데 덕분에 직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 여성CEO라고 만만하게 보는 일도 없어졌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나의 이런 사업스타일은 남성 중심의 산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게임에 가까웠다. 이왕 하려면 무엇이든 잘해야 좋겠다는 생각에 일할 때나 놀 때나 적극 참여했다. 덕분에 여장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렇다고 이미지관리에 소홀한 적은 없다. CEO로서 카리스마와 힘이 느껴지는 모습이 바람직하지만 가능한 한 여성스럽고 섬세한 면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항상 영업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CEO로서 차별화된 이미지가 필요했고 이것이 곧 상대에 대한 나의 관심과 정성을 전달하는 직접적인 표현이자 경쟁력이 됐다. 개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여성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경영인으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개성과 장점을 맘껏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즐겁게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한국사회에서 여성 경영인으로 성공하려면 남성보다 몇 배나 힘든다. 대개의 경우 가사와 출산·육아·시댁과의 관계 등 당장 풀 수 없는 숙제들과 기업경영이라는 프로젝트를 동시에 떠안고 버거운 걸음을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과 사업을 모두 잘해 보려다 지치기만 하고 부작용을 앓는 사례도 종종 보게 된다. 아직은 사회기반이 부족해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여성 경영인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일단 경영에 나선 이상 철저한 기업마인드를 가지고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직은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교육 여건상 남성 중심의 사고 속에서 성장해 온 터라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대한 마인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기업금융지원 혜택에서도 불리하다.
그렇지만 나는 IT업계의 여성CEO들을 보며 희망을 갖는다. 성차별없이 능력만으로 평가해주는 IT문화 속에서 여성은 막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여성경영인들이 모여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집된 목소리를 내고 분명한 정책을 요구해 차세대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 여성CEO이자 여성벤처협회장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또 하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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