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10시간 동안 외자유치 승인문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한 하나로통신 이사회의 최대 쟁점은 당초 알려진 ‘인수금액’이 아닌 LG가 내놓은 투자방침이었다. LG측이 내놓은 카드는 ‘단기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8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을 막기 위해 필요한 20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그중 40%를 LG가 인수하겠다는 것이 LG가 제안한 내용이다.
일단 급한 돈부터 막아 외자유치 요구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하나로통신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 이사진은 “800억원은 단기 채무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어서 보다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투자의향을 밝히지 않는다면 7월 3일 이사회에서 외자유치를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사회 멤버들은 LG가 내놓은 ‘800억원 투자’ 카드보다는 하나로통신이 내놓은 ‘외자유치’라는 카드를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LG의 카드는 이사회 1주일뒤 속개를 끌어낼 만한 ‘약발’을 보였을 뿐이다. 결국 하나로통신과 LG측이 단 한 장의 카드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매력적인 패를 만들어 테이블에 내놓아야 하는 LG쪽에 공이 넘어간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남은 1주일은 LG의 몫이 됐다.
LG는 당초 하나로통신이 AIG-뉴브리지캐피털 컨소시엄과 협상한 주당 3000원의 인수가격에 대해 `헐값`이라며 비토를 놓았다. LG의 헐값론은 결국 하나로통신의 주장대로 `외자유치를 받으면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부담을 경감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전도유망한 기업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을 확보한 LG그룹이 통신전략의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 유선사업부문의 가입자 기반을 닦아놓은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장악은 절실하다. 그러한 LG의 논리가 명확하다면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LG에 준 ’1주일’을 단순한 시간끌기용으로 전락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된다. LG의 ’1주일’이 혹여 실타래처럼 꼬인 통신시장의 난맥상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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