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활력이 요체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경기회복 가능성의 가(可)와 불가(不可)다. 가를 주장하는 측은 정부이고 불가 측은 민간부문이다. 경기가 지금을 고비로 바닥을 찍을지 아닐지는 좀 지켜보면 알 일이긴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너무 엇갈린다. 정부가 민심 무마를 위해서나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낙관론을 펴거나 민간기업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 불가론을 펼 수도 있다. 결국 한쪽이 맞다면 다른 한쪽은 틀릴 것이요, 어느 한쪽이 알고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면 기만일 것이다. 어쨌든 정부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니 “좀 참고 지켜보라”는 식이고 기업체는 “지켜봐본들 별 수 없다”는 태도다. 민간 측의 시각은 다분히 경기가 회복이 안되는 것은 정부의 탓이라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재 궁금해하는 것은 경기가 회복된다면 그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경기회복론은 세계 경기의 회복에 따른 소비증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그것이 제품의 판매증가로 이어져 국내 경기가 회복된다는 시나리오다. 안타깝게도 외부 여건에 기대지 않고 적극적인 수출과 투자를 단기적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바로 여기서 민간기업과 정부의 큰 시각차가 발생한다. 생산주체가 소외됐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민간이 느끼는 경기는 ‘단군이래 최악’으로 표현된다. 세계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국내 주가가 좀 올랐다 하더라도 개인들이 그동안 입었던 손실은 회복되지 않았으며 카드 빚이 적지 않고 또 아파트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소비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소비를 통한 기업투자와 생산활동이 활성화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기업체들의 시각이다.

 특히 민간기업이 정부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것이 정부가 기업을 내팽개쳐두고 있다는 심리다. 경기회복이라는 것은 분명 소비증가에 의해 이뤄질 수도 있지만 기업체들의 투자와 생산, 수출이 근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체들의 활동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사회 각 부문에서 분출되는 갈등을 무마하는 데도 힘겨울 정도로 무능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아무리 어려워도 종전과 다름없는 각종 규제를 유지함으로써 투자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4조2000억원 가량의 추경예산을 조성하려했던 것도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으로 6월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가자 허탈해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갈등속에서 골병이 들고 있는 것이 근로자다. 규모가 작은 기업체에서는 언제 도산할 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대기업체에서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의욕 잃은 근로자와 넘치는 실업자는 한편으론 엄연한 소비주체이기도 하다.

 미국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우리의 주 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사스(SARS)가 잦아들며, IT경기도 회복되는 등 외부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호기를 살리기는커녕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기업에, 기업은 근로자에 애정을 가져야 할 때다. 각 부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활력이다. 그것 없이 투자는 물론이고 안정적인 생산과 수출, 소비를 기대한다는 것은 낭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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