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seridys@seri.org
북핵문제와 사스(SARS)의 영향으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최근들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제5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경의선 철도 연결식이 있었으며, 금강산 해로관광이 재개됨과 동시에 이산가족의 만남이 금강산에서 이뤄진다. 개성공단 착공식도 6월 30일에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을 지원하기 위한 남북간 군사직통전화 연결에도 남북한은 합의했다.
한편 개성공단 개발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하여 KT·KTF·온세통신 등 국내 통신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성공단지역에서 유무선 통신사업 허가 신청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스로 인해 대부분의 접촉이 중단됐던 민간교류도 6월 말을 시점으로 전면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일부 비정부기구(NGO)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북지원을 위한 접촉을 재개했다. 이와 같이 한반도내에서의 남북관계는 북핵문제와는 상관없이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반도 밖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핵의 절대불허 입장이 강조되었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6월 12∼13일 하와이에서 개최된 TCOG 회의에서 한·미·일 3국은 북한이 위조지폐·마약 등을 유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비록 한·미·일 3국은 이는 북핵문제에 대한 대북제재 성격이 아니라,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고 강조하고는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을 압박하는 데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일본에 진입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철저한 검색을 실시하는 한편 조총련계 기업들에 대한 세금징수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또한 중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베이징 3자회담 개최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신의주지역을 통과하는 원유공급을 며칠 동안 중단한 바 있다. 후진타오 체제로 권력이 옮겨지면서 중국은 북한을 새롭게 조명하는 듯하다. 더욱이 북한이 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할수록 중국의 접경지역도 점점 위기가 높아지고 결국 중국의 부담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생각인 듯하다.
한편 미국의 대북압박은 더욱 조직적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11개국 회의에서 북한을 주 타깃으로 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방안(PSI)’을 마련했고, ARF 회의에서 아세안 국가의 동참을 얻어냈다. TCOG 회의에서는 경수로사업 중단 가능성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으며, 파월 국무장관은 ARF 회의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도 북핵문제와 연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여전히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외무성 성명을 통해 다자회담에 대한 실질적 거부와 함께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즉 북미 직접대화와 함께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반도 안에서는 화해와 협력의 무드가 이어지는 반면, 한반도 밖에서는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자사인 남북한은 안보불감증에 걸린 듯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평화적이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는 남북한의 의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즉 당사자인 남북한은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있으므로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십분 이해,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남북교류, 특히 IT교류를 살펴보면 매우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북핵문제로 인해 불안정한 교류가 언제 어떤 영향을 받을런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은 위기 해소국면도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불안정한 상태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위기 이후 해소국면을 기다리며 탄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대처방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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