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실을 남보다 먼저 알거나 멀리 내다보려는 것은 먼 옛날부터 있어온 인간의 아주 강한 욕구다. 그것은 개인의 생존경쟁에서부터 기업이나 국가의 성패를 가름하는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산드라는 예언능력을 지닌 대표적인 선지자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헤카메의 딸인 그녀는 오디세우스의 계략으로 그리스 군이 남겨둔 거대한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놓으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자 결국 트로이는 목마에서 나온 군대에 의해 멸망됐다.
최근에까지 북극 지방의 사냥꾼은 동물가죽으로 담요를 만들고 그것을 도약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담요를 땅바닥에 펴놓고 사냥꾼 한 명이 그 중앙에 선다. 그리고 다른 사냥꾼 몇 명이 그것을 잡고 위로 들어올린다. 그러면 담요 위의 사냥꾼은 하늘 높이 쏘아 올려져서 부근에 있는 순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특정분야에는 인류의 그러한 지혜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어떤 것을 예측하거나 멀리 내다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변수가 다양하고 또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사건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사회가 어떻게 크게 변할지 하는 메가 트렌드조차도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0년간 경기에 관해 134건을 예측했으나 맞아떨어진 것은 15건으로 11%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는 극단적인 예만은 아닐 것 같다. IMF가 지난 97년 우리나라에 내린 외환위기 처방도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늘날 기술과 산업 변화가 가장 극심한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업 경영자들의 고충도 “바로 경기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일 것이다. 불황일수록 기업의 리더든 아니면 전문가든 통찰력이 참으로 절실해진다. 경영자에게 눈에 보이는 불경기가 어려움이라면,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위험이다. 요즘 사회가 불안하니 점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점집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경영자들이 많지 않은지 모르겠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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