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업부·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양단면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접을 것인가 말 것인가.’
중소 양단면 기판업체들이 페놀 동박적층원판(CCL) 등의 원가상승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원판업체들의 30% 가격인상 통보는 이들로 하여금 사업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있다. 기판업체들은 세트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 중국의 파상적인 저가공세, 불투명한 세계경기 등으로 이미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단면 PCB 제조원가 중 원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이른다. 만약 원판가 인상분을 제조원가에 반영한다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세트업체들로부터 단가인하 압력을 받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원판가 인상을 자체 흡수할 경우 양단면 기판은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다. 게다가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일부 중소업체들은 대형업체의 아웃소싱 물량마저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월 5만장 이하의 양산 시설을 갖춘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비관론이 비등하다.
그렇다고 원판업체들의 횡포로 돌릴 수만도 없다. 작년 2분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매월 10∼15% 인상됨에 따라 그들 역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간 구조조정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이제는 원가상승 요인을 자체 흡수하는 데 있어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가격상승 진앙지는 재팬에너지·후루카와 등 일본 메이저 동박업체와 아시히·타이완글라스 등의 원판 원재료업체들이 작년 말부터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던 데서 비롯됐다. 결국 원자재 인상은 세계적 현상으로 국내 기판산업계는 자구노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판업계는 30여년만에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서처럼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고부가가치 이행은 고사하고 오히려 중국 등 후발주자들로부터 시장을 지킬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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