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주제 발표

　◆핵문제와 최근 남북한 관계 - 류길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 대표가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다. 북한의 핵 보유의도는 미국에 대한 심리적 억지력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단결과 일체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포함된다. 이른바 핵보유를 통한 심리적 억지력을 가지려는 것이다. 북한 내부 실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자체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갖지 않거나 갖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한다. 미국 주도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북한 핵문제는 구실이다. 사실 불평등한 것이지만 이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켈리 특사 방북시 문제삼은 고농축우라늄(HU) 방식의 핵개발은 전력소모는 적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제로는 2∼3년이 걸린다. 미국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다소 의도적이며 뭔가 다른 뜻이 있다.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은 선제공격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실제로 대량 살상무기 문제라고 하지만 이것만을 이유로 공격할 명분은 없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도 어렵고 군사전략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은 중국·일본·한국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협의를 통해 북한에 압박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미국 혼자 책임지지 않을 것이며 주변국이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다자협의를 통해 미국은 자신의 부담을 줄이면서 북한을 서서히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한 군사행동을 반대하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편이다. 현실주의적으로 돌아섰다.

　북한 핵문제의 발생으로 노무현 정부는 좀더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설정해 추진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했다. 참여정부가 택한 것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미국의 대북 공격의도를 무디게 하려는 것이다. 즉 민족보다 동맹을 택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교류·협력 기조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과거 정부처럼보다 과감한 교류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한계 내에서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지속시키는 것이 주변국의 대북정책을 순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이 과연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남북 교류·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가 관건이다. 지금 상황으로라면 그런대로 순조롭게 가고 있다고 보인다.

　대북정책에서 모든 것을 다 다루려고 하지 말고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두 당사자가 풀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문제해결의 해법을 쥐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하여금 보다 양보하는 태도를 취하도록 유인책을 구사해야 한다.

　

　◆북한의 소프트웨어 산업현황 - 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

　98년부터 평양에서 북측과 공동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조립·생산해 오고 있다. 북한은 사상, 총대와 함께 과학기술을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으로 이야기할 만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한 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각 소프트웨어 개발기관에 대한 설비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펜티엄급 이상의 PC가 조선콤퓨터쎈터(KCC) 300대, 김책공대 1000대 보급됐고 각급 학교에도 PC가 보급되고 있다. 동시에 소프트웨어가 IT분야 중에서 경쟁력 있는 부분으로 판단하고서 소프트웨어로 외화획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IT종사자의 인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여러 소프트웨어 개발기관이 남한뿐만 아니라 유럽·중동·중국·러시아 등 여러 나라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일본내 총련과의 사업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니코텍, 실버스타 등과의 사업이 그나마 성과를 내왔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은 사업적 관점을 가지고 협력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사회특성상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마케팅 능력이나 기획능력은 부족한 상태다. 유니코텍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북한은 자신의 기술력을 상품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획이나 마케팅 기술에 대한 지원을 남측이나 해외 동포로부터 받고자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남측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방향에 대한 검토를 여러 경로를 통해 요청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 궁극적으로 IT분야의 사업은 ‘남조선’과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세계적 흐름에 맞게 IT관련 조직의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최근 과학원을 중심으로 대외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의 조달 및 대외 담당 창구를 일원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기구개편을 통해 KCC를 성급에 준하는 국가기구인 ‘3산업총국’으로 승격시켰다. 이에 따라 KCC는 내부에 9개의 정보센터를 신설했으며 각 분소를 포함해 1000명 정도에 달하는 전체 직원 중 3분의 2는 개발부문에, 나머지는 기초연구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개발인력이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북한은 장기적으로 리눅스를 국가의 기본 운용체계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리눅스 기반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리눅스의 사용은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국가배정을 받지 못한 부분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눅스 체계에 대한 개발은 KCC 산하 오산덕정보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전략제품으로 20여종의 과제를 선정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개발제품 역시 리눅스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