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리더의 힘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처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지금부터 10년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 말은 삼성 임직원은 물론 온국민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지금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코리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세계 34위(83억달러)의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30%에 육박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회장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등에 식은 땀이 난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1등만이 생존하는 환경으로 바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5일 ‘제2의 신경영’을 선언하고 세계 초일류·초국적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1등 제품을 13개에서 50개로 늘리고, 빌 게이츠와 같은 천재를 키우는 것을 신경영의 화두로 던졌다.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에 거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어쩌면 절박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삼성은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입한 것처럼 ‘꿈은 이루어진다’는 붉은 악마의 캐치플레이즈를 실현한 회사다. ‘삼성이 하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세계 1위의 반도체(D램), 선진국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휴대폰(애니콜), 미국시장에 고가판매를 선언한 TV 등 삼성이 신화를 창조한 제품이 많다. 76년 4월 문을 연 에버랜드는 우리나라 놀이공원의 컨셉트를 탈바꿈시켰다. 94년 11월에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환자를 고객으로 인식하는 첫번째 병원의 등장이었으며 각 병원 장례식장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호텔·금융시장에서도 삼성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세리(골프)와 이형택(테니스) 등을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올려놓는 데도 큰 힘을 발휘했다.

 삼성의 시스템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희’라는 리더는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리더가 지금은 ‘마의 1만달러론’을 들고 나왔다. 선진국은 대부분 6∼10년 안에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갔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1만달러 고지를 점령한 후 8년째 그자리다. 선진국의 경우에 비춰보면 2년밖에 여유가 없다. 신경영 선언 후 2년만에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것처럼.

 이 회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조속히 파이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삼성의 역할론도 분명히 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된 만큼 올해 시설투자를 9조5000억원 규모로 늘리고 신규인력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4500명을 뽑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재양성에 집중해 질적 파이를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의 흐름이 반목과 대립에서 벗어나 경쟁자에게도 내 것을 주고 협력함으로써 더 큰 것을 얻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정을 돌아보면 우리는 아직도 좁은 테두리의 소모적 상쟁(相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21세기 신경영 노트’에 적고 있다. 지금 우리는 파이를 키우기보다 얼마 되지도 않는 파이를 나누는 데 귀중한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의 리더인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도 개혁주체 조직을 만들기 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방법론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국가 리더의 뚜렷한 방향과 힘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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