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벤처기업의 기술이전

◆공석환 한성국제법률사무소 고문 변호사 shkong@hsip.co.kr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벤처투자 열풍과 거품이 사라지면서 수익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벤처기업들이 수익창출 방안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기술이전이다. 물론 형태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기술이전이든 유의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국내 대기업이나 코스닥에 상장된 선발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현실상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기술을 이전받은 대다수 기업이 전세계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영업에 치중하고 있어 경제적 의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벤처기업의 기술을 이전받은 후 이를 보완·발전시켜 더 높은 금액을 받고 외국기업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국내 벤처기업이 외국회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동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사업의 본격적인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까지 실패할 위험성이 너무 커서 외국의 대기업과 부담을 분배하는 것이다. 생명공학분야의 기술이전이 거의 이 경우에 해당된다. 최근 LG생명과학이 팩티브라는 신약에 대해 미국 FDA에서 발매 허가를 받은 것은 우리나라 생명공학업계에 이정표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경우에 LG같은 국내의 대기업도 그 임상과정을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너무 위험성이 커서 스미스클라인비참이라는 당시 미국의 유수 제약회사와 기술이전의 형태로 협력을 했던 것이다.

 둘째, 사업이 가시화됐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영업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현상을 보면 벤처기업이 제조판매경험이나 외부적인 신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수한 기술을 가졌다 하더라도 국내에서조차 영업이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따라서 해외로 직접 제조·수출하는 것보다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제조는 국내에서 하고 외국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수출하는 방안과 제조는 피하고 기술이전을 하는 두가지 선택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는 경우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즉 기술은 개발했다 하더라도 대량 제조공정을 갖춰 불량품 없이 효율적으로 제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에는 후자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 기술이전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특허권 문제와 사업성 양자를 검토해야 한다. 드물게는 노하우 형태의 기술이전도 이뤄질 수 있지만 확실한 특허권이 전제가 되어야만 기술을 이전받는 회사가 독점적인 영업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술이전협상이 쉬워진다. 따라서 관련된 기술에 대해 소위 특허관련지도(patent map)의 작성 등 특허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관련 산업의 전체 시장규모와 점유가능성을 고려한 구체적 적용시장의 크기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러한 특허권과 시장조사에 대한 자료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일 것은 외국으로의 기술이전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협상을 서두르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국회사가 국내 벤처회사의 기술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더라도 헐값에 인수하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실제로 국내 생명공학기업 중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도 교수 출신의 대표이사가 직접 기술이전을 추진하다가 협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 교착상태에 빠진 경우도 있다. 권리로 주장할 것은 제대로 명시하면서도 상대 회사의 입장을 보장해줄 수 있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을 헐값에 넘기든지 아니면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협상의 적기를 놓칠 수가 있다. 모든 제품에는 수명(life cycle)이 있으므로 적기에 기술이전이 안될 경우 기술이 사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내 벤처기업 중 외국기업과 기술이전을 추진할 만한 기술을 가진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능력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라도 제대로 기술이전을 하여 우리나라가 현재 퀄컴에 로열티를 내는 것과 같은 상당한 경제적 규모의 기술이전계약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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