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왜 그렇게 강한 거지요?”
지난해 5월 일본 IT전시회인 비즈니스쇼를 앞둔 기자회견장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거꾸로 물어왔다. 취재하러 간 기자를 일본 관계자들이 취재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그만큼 일본인들에게는 ‘강한 삼성’이 깊이 각인돼 있었다. 심지어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CEO)조차 최근 경영전략을 밝히는 자리에서 “소니는 철저한 구조개혁의 삼성전자, 스피드 경영의 델과 싸워야 하는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강한 삼성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같은 날 닛케이산교신문은 ‘삼성, 대체 얼마나 강한가’란 시리즈를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이 일본을 위협하는, 아니 일본이 ‘넘어야’할 지 모르는 삼성전자 연구에 나선 것이다.
일본 언론이 보는 삼성의 비결은 우선 대량투자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투자해 양산에서 앞선다. 따라서 같은 제품이라면 삼성 제품이 30% 싸다. 하지만 투자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삼성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빠르게 움직여간다. D램을 예로 들면 2000년 EDO, 2001년 램버스, 2002년 DDR로 옮겨갔다. 일본·대만이 양산에 나설 때면 저만치 앞서 있다. 연구개발의 힘도 가세했다. 이번달 10일 교토에서 열린 반도체학회 ‘VLSI심포지엄’에서 삼성은 참가업체 중 가장 많은 2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의 삼성 칭송 이면에는 자국 업체에 ‘와신상담’하라는 요구가 녹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종용 부회장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일본 기업에 변화의 징조가 보이는가’를 물었다. 신문은 윤 부회장이 “없다. (일본 기업내) 봉건적인 관계가 남아있어 기득권을 희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버리라고 일본 업체들을 자극한 셈이다.
이를 두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한국 배우기에 나섰다며 기뻐해야 할까. 아니다. 오히려 일전불사에 나서는 사무라이의 모습이 연상돼 등골이 서늘하다.
<국제부·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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