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대학 시간강사가 많다. 이들은 대학의 파출부, 보따리 장사라는 말로 스스로를 자학한다. 공부에 들인 세월은 짧지 않고 박사 학위는 어렵게 취득했다. 배우자들은 그들이 공부를 하는 동안 직장생활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을 꾸렸다. 힘들었지만 참고 기다리면 자리를 잡고 원하는 가정도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시간강사라는 이름으로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뛰어도 안정이 되지 않는 현실에 울분을 느끼기는 일도 많아진다. 얼마 있었던 자살한 일류대 시간강사의 자살 사건은 자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순진한 사람들을 공부에만 매달리게 한 사회가 원망스럽고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학사회가 밉다. 소위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더 어렵다. 강사자리도 모교 이외에는 얻기 어렵다.
며칠 전 서울대학의 교수협의회와 민주화교수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강사료 현실화 등의 처우개선을 위해 당국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성명서에는 4대보험 가입 등을 위한 대학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 부여와 강사료 현실화, 대학의 전임교원 충원율 확대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 취지에 십분 공감한다. 교수 자리가 부족하다면 강사를 해서라도 살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기혼자들인 시간강사들이 가정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토대가 아예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강사들은 현행법상 ‘일용잡급노동자’로 분류된다. 시간강사는 대학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강의 수행사업의 도급계약자’일 뿐이란다. 이렇게 불안한 신분상태에서 어떻게 충분한 연구와 훌륭한 강의를 하며 우리 학문의 미래를 떠맡겠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정기준 대비 전임교수 확보율을 높이는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도 좋지만 교육에는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불경기에 연구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는 선진국의 기업처럼, 나라가 어려울수록 우리가 기댈 곳은 교육밖에 없다. 다음 세대를 바라보고 교육에 더 투자해야 한다. 시간강사의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약 실천 차원에서라도 하루 빨리 시간강사가 기본적인 생활걱정을 덜고 연구와 교육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신영휴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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