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수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kyj33@suwon.ac.kr
전화와 자동차가 그러했듯이 인터넷도 처음 출현했을 때 사람들이 받아들였던 문명의 이기란 느낌이 점차 희석되고 이면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에 대해 이른바 만병통치약(panacea)이라는 표현이 강조되었던 확장의 시대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간과할 수 없는 통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터넷이 출현하자 사람들은 그 경이로운 위력에 매료되어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인터넷은 어떤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고속으로 확산되어 왔다. 그러나 확산과정에서 상업성이 개입되면서 인터넷의 본래 취지인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유통에서 일탈하여 이로 인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확장의 논리로 바라보았던 인터넷은 이제 그 영향력에 대해 차분히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출현한 후 그것을 확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매체 발전론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매체가 제공해 주는 새로운 기능만이 강조될 뿐이다. 그러나 매체의 발전과정을 통해, 우리는 매체가 활성화되고 이를 육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상업적인 면을 추구한 결과 이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례들을 지켜봤다.
인터넷 또한 더 이상 유익한 정보매체만은 아니다. 인터넷상에서 음란, 마약, 폭력 등에 관련된 불건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여과없이 전달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통제의 손길이 뻗치지 않아 치외법권화된 인터넷에 대한 통제 및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인터넷은 이제 확장의 관점의 아닌 통제의 관점을 적용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마구잡이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불건전 자료는 우리가 정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정제되지 않은 유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불건전 정보는 예술적, 문학적, 정치적, 또는 과학적 가치 없이 단순히 이용자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명백히 혐오감을 주는 내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건전 정보들은 전파성과 은밀성의 특성을 갖고 있어 이런 점이 악용될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가중된다. 많은 사람들이 정제되지 않은 이러한 불건전 정보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가 쉽게 복제되거나 엄청난 속도로 전파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물론 정보화시대를 뒷받침해주는 인터넷을 유해매체화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터넷 발전을 도모하고 올바른 정보문화를 고착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의 불건전한 정보범람은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 통제논의가 인터넷의 확장 무드에 의의를 제의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확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양적인 확장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질적인 확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상에 올라있는 자료들 중에서 폭력과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자료가 청소년들의 정서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인터넷 통제 논의는 더욱 시급하다. 청소년들에게 하루 평균 23통의 음란 스팸메일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든 대중매체에 대해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인터넷 또한 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고 확장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인터넷 확장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인터넷 확장에 따른 불건전 정보 범람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인터넷 확장이라는 기본입장을 전제로 하여 인터넷의 올바른 정보흐름을 정착시켜 만병통치약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하기 위해서도 인터넷의 불건전 정보에 대한 통제는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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