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지털방송시장은 소니의 실험 무대인가.’
방송사들의 소니장비 위주의 구매행태가 국내 방송영상장비산업의 위축과 해외 종속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이들 장비를 직접 운영하는 제작 현장에서 나와 주목된다.
한국TV카메라기자협회보 최신호는 ‘방송 디지털화 다시 소니의 시험장으로 전락할 것인가’란 제하의 기사에서 “세계 어느 방송장비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소니의 독점이 한국에서 가능했던 까닭은 현업자와 방송사들의 보수적인 구매태도와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협회보는 “컬러방송이 시작된 79년까지만 해도 국내 방송시장은 제이브이씨, 히타치, 소니, 파나소닉 등이 경합하고 있었다”면서 “물론 소니 제품이 당시 카메라 기자들로부터 호감을 산 것도 사실이나 언론 길들이기를 위해 당시 수입제한 품목인 장비수입을 허가한 정부가 현재의 시장독점구조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20여년간을 결과적으로 경쟁사 제품들이 성능과는 상관없이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B급 아류로 저평가된 반면 소니 제품은 무비판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입됐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소니 독점을 키워온 데는 국내 대기업과 정부가 한몫하고 있다고 협회보는 꼬집었다.
협회보는 “단기간의 이익만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장비개발과 연구에 무관심한 대기업과 방송장비산업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시장경쟁 원리에 맡긴다는 원칙만을 고수하는 정부 당국의 방관이 바로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전락시킨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보는 “현재의 독점적 시장지배 구조하에서 구매사업이 진행될 경우 결국 다시 특정업체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이런 추세로 나갈 경우 한국 방송영상 장비의 디지털화는 결국 소니의 구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하는 소품 바꾸기에 그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협회보는 소니의 시장독주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사용자로서 카메라 기자들이 장비선정 및 구입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 한국에서 사용될 장비제작 과정에 국내 방송사들이 공동 참여할 것, 규제 완화 및 장비산업 지원을 통한 정부의 제역할 찾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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