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언 언리미텔 사장 letsgo@unlimitel@co.kr
지난 98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별정통신업체는 국내 통신시장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할 수 없다. 국제전화시장에서 지속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주도해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신환경을 가능하게 해왔다. 최근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잇따른 국제전화 요금인하도 결국은 중소 별정통신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 및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확대로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물론 그간 잇따른 통신서비스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로 인해 업계 및 일반 소비자들이 중소 통신업체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열악한 자금력과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인하 경쟁으로 원가이하로 영업을 하다 결국 쓰러져 가는 업체들이 다수 발생했고,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매년 몇건씩 발생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소규모의 별정통신업체만의 사정은 아니다. 최근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중 법정관리가 시작된 곳이 나타났으며,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대규모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도 과당경쟁으로 인해 상황이 매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국내 통신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이 업체간 과당경쟁 때문일까. 현금유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가이하로 판매하는 식의 사업행위는 분명 과당경쟁이며, 결국 업계내 사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시정되고 개선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책임있는 적절한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며, 현재 정보통신부 내에서도 많은 고민과 준비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정부의 규제는 오히려 통신업계 자체를 위축시키고 퇴보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현재 몇몇의 대형 기간통신사업자를 제외한 통신업계의 어려움은 단순히 과당경쟁이나 정부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며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쟁만큼 서비스 질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도록 자극을 주는 수단은 없다고 보며, 현재의 어려움은 생존을 위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필요로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지 않고 비슷한 서비스로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결국 가격인하 경쟁과 그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소 통신업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은 좀 더 개선되고 발전된 서비스모델을 개발해 고객만족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시장을 동일한 서비스와 동일한 방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창출해 새로운 고객만족과 수요를 만들어 내어 시장 자체를 키우려는 고민과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이러한 고민이 이곳저곳에서 시작되고 있으며, 중소 별정통신업체들 또한 국제전화 선불카드에 집착하던 사업모델을 서서히 바꿔 나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 노력을 보호하고 장려하면서 건전한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간통신사업자와 중소규모 통신사업체간 공정한 거래가 성립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든가, 정보통신출연금의 일부를 중소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통신서비스 개발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식의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사업자 회의체를 구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언로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미 이러한 노력이 정보통신부 내에서 시작되고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라는 채찍보다는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통신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기술과 서비스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수단과 서비스는 아직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고 개발해내지 못한 영역이 무궁무진하며 이러한 가능성에 통신업계는 꿈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만족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위해 밤낮을 고민해야 한다. 기간통신사업자보다는 생존에 민감하며 고객동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소 통신사업자가 다양한 틈새상품과 서비스 개발의 첨병에 나서야 한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중소 통신사업체에 대한 인식을 단순한 작은 경쟁자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쟁자이면서도 장기적인 사업파트너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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