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21세기의 화두는 브랜드 경영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기업의 흥망성쇠는 물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구촌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일등상품 개발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골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품이 갖고 있는 실체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제품간 차별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브랜드 이미지라는 판단에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기업과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일류상품으로 부상하기 어렵고, 한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데도 공장이나 토지와 같은 유형자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와 같은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품질경쟁력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한국산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니 걱정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한국제품을 싸구려로 인식하는 바이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에 치중해온 결과라고 하지만 앞으로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우리 정부와 기업이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대해 소홀히 대처했던 것은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수출확대는 물론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라는 판단에 따라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지구촌에 전파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브랜드 자산가치(Brand Equity) 평가결과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세계 최고기업인 코카콜라(838억달러)와는 브랜드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창피한 수준이고, 마이크로소프트(566억달러), IBM(437억달러), GE(335억달러), 포드(331억달러), 인텔(300억달러), AT&T(241억달러), 노키아(216억달러), 넷스케이프(176억달러), 휴렛패커드(171억달러), 에릭슨(147억달러) 등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 세계시장에서 특정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며, 기업 인수·합병(M&A)시 브랜드 가치가 피인수기업의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브랜드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5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브랜드 경영실태에서 79.8%가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는 것은 실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가 이처럼 브랜드를 강조하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활동 4단계(R&D,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중 최소한 한가지 이상은 타 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브랜드 경영이 재계의 핵심경영전략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브랜드 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우리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전략적 마인드와 경영방법론 등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는 브랜드 경영이 모든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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