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창 수석논설위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지리적 물리적 공간은 아직도 엄청나게 느껴지지만 정보기술로 형성된 사이버공간을 통해 그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우리는 집안 컴퓨터 앞에 앉아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고 외국 네티즌과 밀담을 즐길 수도 있다. 장보기도 클릭 한방이면 해결되는 세상이다. 전자민주주의란 말도 이제는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컴퓨터로 연결된 사이버공간은 단순한 통신공간이 아니라 어느새 ‘생활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4분의 3이 이동전화 가입자이고 거의 모든 가정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일은 아니다.
미래학자 에스더 다이슨은 디지털 시대의 인류 모습을 담은 저서 ‘릴리즈 2.0’에서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소외된 자들에게까지 힘과 창조성이 부여되는 진정한 평등사회가 실현될 것으로 예측했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는 않다. 동전의 양면처럼 많은 정보화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면은 급격한 사회변동과 정보화의 뚜렷한 불균형으로 정보시대의 정보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력의 차이에 의한 빈부격차와 정보화 차이에 의한 정보격차는 사뭇 다르다. 정보격차의 문제는 신체적·지역적 여건 등의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때문에 자신이 노력하면 해결되는 빈부격차와는 달리 정보격차는 제반 여건이 성숙되어야만 해소될 수 있다. 그만큼 정보격차 해소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정보통신기기 보급에서부터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정보화 교육기회 제공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과 계층간 정보격차는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현안으로 남아 있다. 또 정보화에 따른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보격차 해소 사업이 소외계층과 일반인 사이의 정보접근에 대한 기회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는 점이다. 정보화교육이 정보사회의 핵심인 정보의 활용 측면보다는 정보기기를 다루고 익히는 사용교육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인터넷 관련 교육 역시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고 정보검색을 잘 하는 유능한 정보 소비자의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유용한 정보 생산자의 양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이들 교육이 아직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진정한 정보격차는 해결되지 않는다. 도리어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생기는 정보의 활용격차,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적 행위격차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인터넷은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양방향 미디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의 인터넷 공간에 생산자와 소비자들에 의해 공유되는 정보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위한 정보만이 흘러 넘친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우리 네티즌들이 여전히 정보의 소비자로서만 머물도록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정보 생산과정에서의 불평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정보인프라를 아무리 잘 구축해놓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일부 계층이거나 특정 지역에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국민이 현재 구축된 정보인프라를 활용해 자기 분야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높여 나갈 때 우리는 진정한 지식정보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가 6월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디지털코리아-함께하는 디지털 세상’이라는 주제로 각종 관련 행사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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