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윤진식 산자부 장관

 “산업과 무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국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으로 민생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인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국부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2월 참여정부의 첫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밝힌 윤진식 장관의 취임일성이다.

 이날 윤 장관은 “실물경제의 주무부처로서 산자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향후 5∼10년후 우리 경제를 먹여살릴 새성장동력 발굴과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며 “이를 위해 정책파트너 관계를 기업·노동계·시민단체·학계 등 전방위로 확대해 실질적인 국민참여를 통한 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7년 대통령 비서실 조세금융비서관으로 일할 때는 경제수석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외환위기 가능성을 직접 보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곧은 소신과 철학을 가진 그다. 산자부 장관 취임 100일을 앞둔 윤 장관을 본지가 직접 만났다. 편집자

  일시:2003년 5월 30일 14:20∼15:00

  장소:한국생산성본부 5층 면담실

  대담:서현진 디지털경제부장

 

 ―노무현 대통령이 반도체·휴대폰에 이어 5∼10년 후에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산업을 찾으라는 지시가 있었고 지난 3월말에는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가 있었습니다. 산자부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를 어떻게 기획하고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향후 경제성장을 주도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발전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임과 동시에 산자부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문제의 중요성이 큰 만큼 범정부 차원의 ‘국가 아젠다’로 추진해 민·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계획입니다. 6월초까지 초안을 마련한 후 산업계, 연구계, 학계의 의견수렴과 컨센서스 형성과정을 통해 7월중 대통령 보고를 거쳐 7월말에는 해외 유명석학 20명이 참석하는 국제 콘퍼런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은 7월말까지 우리 산업의 3각축인 주력기간산업, 미래전략산업,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에서 발굴해 업종별로 기술개발, 인력양성, 인프라, 국제협력 등 총체적인 육성전략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질문입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발굴은 물론이고 IT·BT 유비쿼터스컴퓨팅 등 신산업부문에서 정통부·과기부 등과 중복투자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요.

 ▲IT가 모든 산업분야에서 활용되고 가전·통신·컴퓨터·방송 등의 기술이 융합 발전하면서 산업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부처간 업부중복 소지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각 부처가 추진중인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업무’도 이미 수차례 부처간 조정회의를 가졌고 오는 7월까지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부처 업무조정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이 일로 진대제 정통부 장관,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 그리고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과 함께 두번씩이나 만나 의논했습니다. 다만 산자부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부처와 달리 신산업이나 차세대 성장동력을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발굴하느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것이 산자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산자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e비즈니스 강국 건설’ 계획을 발표, 큰 관심을 불러있으켰습니다만 현재는 이에 대한 추동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 계획에 대한 후속조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먼저 300만 중소기업의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에 이어 금년도 총 330억원 예산으로 제2단계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축적된 기업내 정보화를 바탕으로 협업적 IT화 등 기업간 정보화를 촉진시켜 e비즈니스 기반을 다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산업현장의 e비즈니스 활용을 가속화하기 위해 자동차, 조선 등 40개 업종에 대해 B2B 기반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참여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노력과 연계, ‘전자무역 중심국가(e-Trade Hub)’를 위해 한일 e트레이드허브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e무역상사도 발족시켰습니다. 이밖에 e비즈니스 기반확충을 위한 제도개선 차원에서 ‘전자거래기본법’의 개정과 ‘전자문서이용촉진법’ 제정을 추진중입니다.

 ―경제가 침체되면서 중소·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업계가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벤처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사료됩니다. 향후 중소·벤처기업 정책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또 최근에 언급하신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M&A시 비과세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정부는 그간의 중소기업 정책기조를 근간으로 하되 기술혁신을 통한 자생력 배양을 위해 정책지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우선 정책자금 등 가용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 자금·인력 등 중소·벤처기업이 당면한 애로 해소에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창업자금 등 정책자금을 5500억원 추가 조성해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지원하고 금년중 중소·벤처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할 예정입니다. 또 주식교환시 양도소득세 부담완화나 비과세 등을 제도적으로 뒷바침할 수 있는 M&A 활성화 종합방안을 마련중에 있습니다. 특히 벤처기업 M&A나 퇴출 활성화를 가로막는 과세문제는 재경부와 협의를 거쳐 연내 매듭지을 계획입니다. 현재 재경부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라크 재건과 주변지역의 개발 등 ‘제2의 중동특수’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장관께서는 또 직접 현지를 돌아보고 오셨습니다. 정부차원의 정책이나 기업지원 대책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중동지역은 전쟁리스크에서서 벗어나 향후 10년간 최대 1000억달러가 투입돼 마셜플랜 이후 최대규모의 전후복구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도 우리 기업의 대중동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대책을 마련중입니다. 최근엔 정부와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중동진출전략팀’을 가동시켜 유전복구, 발전, 통신망 등 이라크 전후복구사업 진출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상담회를 마련중입니다.

 ―내수침체와 함께 수출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무역수지 전망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던 수출호조세가 5월들어 사스 확산과 더불어 화물연대 파업 여파 등으로 둔화되는 모습입니다. 연간으로는 사스 추이, 세계경제의 회복시기 및 정도, 북핵문제의 향방, 환율동향 등에 따라 수출입 및 무역수지가 좌우될 전망입니다. 특히 사스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수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지만 올해 수출은 당초 전망대로 2000년의 수출실적(1723억달러)을 초과하는 1750억달러(7.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무역수지는 1분기중 수입급증으로 인한 적자지속으로 연간목표인 80억달러 흑자달성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장관께서는 최근 한국산 D램 상계관세조사와 관련해 최종판정이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최악의 판정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미국과 상계관세부과 유예협상이 양국간 입장차이와 미국 업계의 협상실익에 대한 부정적 태도 등으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기에 미국의 최종판정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는 업계와 공동으로 최종판정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판정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에는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습니다.

 ―6일 노 대통령의 방일시 수행하게 되는데요.

 ▲일본과의 FTA 협상문제가 주요 논제입니다. FTA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과 경험을 소상하게 알아볼 계획입니다. 일본의 부품·소재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하겠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특정기업을 방문하거나 하는 일정은 없습니다.

 ―재임기간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시대를 불문하고 산자부 장관의 사명은 안정적 무역흑자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역성과는 산업경쟁력의 지표이기 때문이죠. 특히 임기내에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해 나가는 돌파구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현재 산업자원부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의 하나입니다. 초기단계부터 추진방향과 전략에 대한 확고한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국가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정리=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尹장관의 좌무명은

 대담에 앞서 인생의 좌우명을 묻는 질문에 윤진식 장관은 즉석에서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고 답했다. 우리말로는 ‘진실이 최선의 길이다’는 의미다. 이 말을 좌우명을 삼게 된 배경을 윤 장관은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부끄럽게도 젊은 시절 이렇다할 좌우명을 정해 놓고 살아오지 못했습니다. 중년에 접어들 즈음에야 지난날을 되짚어 어떤 행동기준에 따라 살아왔는가를 생각해 영어의 금언하나를 삶의 지표로 삼기로 했지요. 중학시절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접했던 이 말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처음 쓰여졌다고 하며 미국 실용주의의 대표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 있습니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우리말로는 ‘정직이 최선의 길이다’라고 풀이되고 있으나 영어의 ‘honesty’는 ‘truthfulness’ ‘sincerity’라는 뜻도 있으므로 나름대로 ‘진실이 최선의 길이다’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공직생활을 해오며 크고 작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해를 달리하는 기업이나 국민을 설득하고 동참시키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은 오직 진실을 추구하고 진실만을 말하는 것임을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재무부 공보관 시절 대언론관계에서 어떤 사실을 숨기거나 고의로 왜곡하는 일처럼 대세를 그르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꼈지요. 앞으로도 ‘Honesty is the best Policy’는 변함없는 제 좌우명이 될 것입니다.”

 

 <윤진식장관은..>

 ‘선굵고 정도추구하는 소신파’ ‘온화한 외모에 소탈한 성품과는 달리 강단이 있는 보스형 인물’ ‘외모와 말씨는 단아한 선비, 일에 대한 집념과 추진력은 메가톤급’ 모두 윤진식 장관(57)을 이르는 말이다. 소신있는 삶을 사는 윤 장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견 부드러운 듯 보이면서도 강단이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행시 12회로 지난 97년 청와대 조세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외환위기 가능성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은 세상에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옛 재무부에서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과장 등을 거친 정통 금융관료지만 세무대학장을 지내 세제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다. 관세청장 재직때는 본청과 외청간의 인사교류를 통한 대대적인 인사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부인 백경애씨(55)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충북 충주생이며 청주고 고려대 경제학과,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원을 마쳤다. △재무부 공보관, 국제금융국장 △대통령 비서실 재경비서관, 조세금융비서관 △세무대학장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사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