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위성 DAB주파수…파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97년 이후 위성DAB 주파수 2.535~2.655(120MHz) 신청현황

 우리나라가 위성DMB용 전파자원을 원천적으로 보유할 수 없게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97년 정통부가 일본측의 발빠른 대응에 이의제기를 못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다급해진 정통부는 SK텔레콤을 통해 실수를 만회하려 하나, 위성DMB용 25㎓ 대역은 이미 일본에 원천봉쇄됐다.

 위성DMB 위성망궤도와 주파수 확보를 둘러싼 정통부의 미숙한 대응은 국가 자산인 주파수와 위성의 중요성을 간과한 직무유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왜 이렇게 됐나=지난 97년 6월 30일 일본은 ITU에 2630∼2655㎒ 대역의 25㎒를 위성DAB(디지털오디오방송)용으로 신청했다. 같은해 7월초 ITU는 이 사실을 각국에 공표했다. 4개월 정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공지했다. 타국의 반대가 있을 경우 해당 국가의 신청은 무효화된다.

 그러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가 무려 4개월간이나 손을 놓고 있었다. 같은해 ITU는 WRC 회의를 통해 ‘아시아권에서 2630∼2655㎒ 대역의 25㎒만을 위성DAB용으로 쓴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와 MBCo는 각국을 상대로 전파혼선 조정작업에 착수, 지금까지 조정작업중이다. 아직 ITU 최종등록을 받지 못했다.

 당시 정통부가 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을까. 당시의 정통부 관계자는 “97년에는 어느 누구도 위성DMB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상상조차 못했을 뿐더러 국내 사업자도 전무했다”면서 “이의제기 기간이 4개월이라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의제기와 위성망궤도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ITU에서 요구하는 각종 의무이행 사항이 까다로워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여기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초기 소홀한 대응이 지금의 파국을 초래한 셈이다.

 ◇주파수(위성망궤도) 확보는 가능한가=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위성DMB용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WRC2003회의에서 정통부는 우리나라만 예외로 인정해 2605∼2655㎒ 대역의 50㎒를 위성DMB용으로 쓸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일본 MBCo와 SK텔레콤이 공동 사용할 2630∼2655㎒ 대역 25㎒의 경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중국은 일본내라면 몰라도 한반도까지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면 국경간 간섭과 전파조정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로서는 한국 때문에 주파수 사용이 힘들어질 수 있어 한국과의 공동 사용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공동사용에 합의하더라도 자칫하면 MBCo의 지배권을 SK텔레콤이 넘겨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사용권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WRC2003회의에서 정부가 한국만큼을 예외조항에 넣자는 주장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ITU는 물론 각국들도 지난 97년 25㎒만 위성DMB용도로 쓸 수 있도록 ITU가 결의문을 채택한 상황에서 한국만을 위해 추가 25㎒를 내어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9년 일본이 120㎒ 위성망궤도를 추가 신청했지만 곧 반려됐고 잇따라 동일 대역을 신청한 6개국도 유사한 실정이다.

 정통부는 이같은 상황을 이미 2001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SK텔레콤이 공동 사용할 25㎒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간주, 지난 2001년부터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특혜설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서 당시 SK텔레콤에 힘을 실어준 것이나 위성DMB 기술표준을 일본식의 ‘시스템E’로 성급하게 결정한 게 그렇다.

 우리나라의 위성DMB 위성망궤도 확보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정통부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지 못하는 한 과거의 실책과 주먹구구식 정책 대응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