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전의 군주제와 근대사회의 특징을 여러 측면에서 구분할 수 있겠지만 권력자와 국민의 권력관계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 근대 이전의 군주 권력은 만인이 한 사람의 왕과 같은 권력자를 우러러 봤으나 근대의 규율 권력은 한 사람의 권력자가 만인을 감시한다. 1975년에 발표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감시와 처벌’에서 미셸 푸코는 전자를 ‘스펙터클의 사회’로, 후자를 ‘감시사회’로 규정했다.
감시사회는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완성한 소설 ‘1984년’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빅브라더는 시민들이 일할 때는 물론 심지어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감시를 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이러한 완벽한 감시체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던 일도 있다.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1791년 원형의 감옥을 만들고 그 한가운데 감시탑을 설치했다. 감시탑은 어둡게 하고 감방은 불을 환하게 켜 죄수들이 언제 감시를 당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했다. 그래서 항상 죄수들은 감시의 시선 때문에 규율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사람이 만인을 감시하는 것을 벤담은 파놉티콘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설도 감옥도 아닌 현실세계에서 과연 이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라이프로그’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경험하는 지능형 로봇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미 세계를 감시할 수 있는 많은 인공위성과 또 도감청이 가능한 애셜론도 있는 상황이고 보면 완벽한 감시체계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프라이버시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민권연맹의 해석대로 이제 프라이버시는 ‘다른 사람한테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권리’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신이 통제할 권리’로 바뀌려면 다수가 소수의 권력자를 감시하는 역 파놉티콘인 시놉티콘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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