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교 최성 교수 sstar@nsu.ac.kr
아케이드(오락실)게임시장이 종전 청소년용 중심에서 사행성 성인용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게임이 30%대에 불과했던 사행성 아케이드게임이 최근에는 80%대로 늘어나는 등 건전한 청소년용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청소년 놀이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락실이 성인들의 전유물로 변모하고 있다.
아케이드게임업체들도 게임장을 찾던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 때문에 PC방으로 옮겨가면서 대안으로 성인용 사행성 게임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케이드게임(게임 제공업용 게임물)에 대한 심의규정이 완화된 것도 사행성 게임이 쏟아지는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심의통과가 쉬워지자 게임 개발업체들은 사행성 게임에 주력하고 자신들을 위한 양질의 게임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은 게임장을 떠나게 됐다. 이는 다시 업체들의 사행성 게임 제작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반복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분기마다 150여종의 오락실 게임이 지나친 ‘사행성’을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심의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게임 개발업체의 민원이 쏟아지는 등 오락실게임시장의 난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2·게임큐브 등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사업자들이 올해부터 업소용 판매에 나설 계획이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사행성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제 오락실게임시장에서 청소년용을 찾아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산업발전을 위한다고 게임의 심의를 무조건 완화할 수는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의 임무는 영상물의 공공성 및 윤리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다.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서 심의조건을 완화하고 지나친 사행성 게임을 합격으로 판정하지는 않는다. 산업 활성화는 문화관광부의 책무다. 일본이 파친코게임을 허용한다고 해서 우리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안된다. 대다수 선진국은 사행성 게임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국민 정서상 오락실의 지나친 사행성 게임은 금기시하며, 허용은 국민 전체의 합의로 이뤄져야 하기에 시기를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업계를 위해서 합리적 게임심의제도를 연구해야 한다. 게임의 생명력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온 좋은 콘텐츠다. 더불어 게임 제작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 연구와 함께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시장흐름을 포함한 제반환경까지 연구해서 전문적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심의제도에서는 기준의 명확화, 예측 가능성 제고, 불합격 사유를 정확히 지도하여 업계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일본처럼 개발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자율심의제도가 게임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길이다.
오락실 게임장 운영자와 게임 개발자의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오락실 게임이 위축되는 것은 산업흐름이다. PC방이 등장하면서 굳이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오락실은 예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의 발길이 멀어지고 있다. 영화관은 멀티플렉스로 바뀌면서 고객이 오고 있다. 좋은 영화 콘텐츠도 많아졌지만 극장 스스로 변함으로써 고객이 돌아왔다. 게임 개발자도 더 이상 심의기준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행성 기준을 낮추고, 성인용 게임물로 채웠다고 해서 고객이 돌아오지 않는다.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건전 게임물을 개발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성인용 오락장은 별도 관리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청소년 게임장은 세제지원, 공과금 감면 외에 저리융자로 시설비를 지원하도록 한다. 청소년 게임장은 최소시설기준으로 학교 근처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장이 형성될 때 오락실게임산업의 제2중흥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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