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자두와 코요태의 방식

　옛날에는 노래가 아무래도 처연하고 슬프고 때로는 염세적인 것들이 많았다. 고단한 삶이 가져온 음지와 한의 정서가 대대로 내려온 탓일 것이다. 가요 중에 해에 관한 노래보다는 달 노래가 우위를 점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희로애락 가운데 우리가 취한 음악 정서는 로(怒)와 애(哀)였다. 희와 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적으로 밀렸다. 음악 중에 슬프고 노여운 것은 또한 왠지 모르게 진지하고 무게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기쁘고 즐거운 노래는 그냥 순간의 쾌락일 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희락의 노래가 참으로 많아졌다. 재미를 모든 생활방식의 전제로 하는 세태의 영향일까. 재래식의 정서패턴은 환영받지 못할 뿐더러 심지어 파괴당하고 있다. 귀여운 혼성듀오 자두를 보자. 이들이 막 내놓은 신보의 타이틀곡 제목은 ‘김밥’이다.

　과거 같으면 과연 김밥이 노래제목이 될 수 있었을까. 요즘 가수들의 노래는 시를 닮았던 옛 노래와 달리 자신들의 거리낌없는 대화를 그대로 노랫말로 옮겨놓는다.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날 안아줘 날 안아줘/옆구리 터져버린 저 김밥처럼/내 가슴 터질 때까지…’

　자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재미’를 생명으로 하는 가사에, 게다가 그것을 쉬운 멜로디와 리듬 장치에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노래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단번에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지식인들은 아마도 이런 노래를 들으면 ‘햄버거와 인터넷 세대’의 가벼움이라고, 진정성보다는 감각을 찾는 세태의 영향이라고 해석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순간적 자극의 발산이라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글로 표현하면 그렇지만 막상 노래를 들으면 분명한 자두만의 색깔과 개성이 있다. 재미를 기본으로 하되, 나름의 정체성은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게 지금까지 ‘팔짜’ ‘잘 가’ ‘으악새’ ‘대화가 필요해’ 등 자두가 홍보하는 노래마다 성공을 거듭할 수 있었던 비결 아닐까.

　재미로 치면 역시 혼성그룹인 코요태도 빠지지 않는다. 그들은 물론 귀여운 자두보다 조금 대상층이 위이긴 하지만 신나고 부담없이 즐기는 음악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시내 나이트클럽에서는 그들의 신곡만 나왔다 하면 상종가를 친다.

　코요태는 개성 그 자체다. 그들만의 흥겨운 댄스리듬은 말할 것도 없지만 곡목의 접근방식도 독특하다. 복잡한 것은 되도록 피하려는 심산인지, 곡목마저 그들은 ‘단순’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낸 5장의 앨범에서 내놓은 타이틀곡이 모조리 ‘두 글자’인 것을 보라.

　1집은 ‘순정’, 2집은 ‘시련’이었고 3집은 ‘패션’을 내걸었으며 지난해 4집은 ‘비몽’이 제목이었다. 막 나온 5집도 타이틀곡은 두 글자 제목인 ‘비상’이다. 쉽고 편하게 가자는 목표는 같지만 그래도 자두는 약간씩 일탈(?)하는 것과 달리 코요태는 철통처럼 룰을 고수한다.

　과거의 잣대로 보면 자두와 코요태는 ‘깊이’가 없는 가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재미있게 하려고, 그런 간편지향의 원칙을 지키려고 그들이 쏟아부은 땀과 노력은 만만치 않다. 쉽게 보이는 게 실은 어렵다. 재미와 개성만으로 질주하는 세대의 뒤편은 예상보다 훨씬 치밀하고 체계적이다. 겉만 보고 무조건 가볍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