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작은학교 김은주·박경화·이혜영 지음 소나무 펴냄
“작은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소중한 곳일수록 깊이 숨어있기 마련이란 걸 알았습니다. 지도책을 보면서 찾아간 작은 학교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그렇게 닿기 힘들고 멀기만 했는지…. 아주 작게 표시된 그 작은 학교들을 만나기 위해 어떤 때는 배를 타야 했고, 또 어떤 때는 털털대는 시골버스를 타야 했지요. 그렇게 찾아가면 하룻밤 잠들지 않고는 다시 돌아 나오기 힘든 곳이 대부분이라 선생님 주무시는 학교 관사에서 자기도 하고, 마을 어르신 댁에 묵기도 했네요.”
이 책의 공동 저자인 김은주·박경화·이혜영 세 사람은 99년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기자로 함께 일하면서 그해 시골 분교를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그들은 이듬해 5월 산골마을 작은 학교에 대한 감동의 기록을 모아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산골마을 작은학교’는 소나무 출판사에서 제목을 바꿔 다시 펴낸 리메이크 작품인 셈이다. 지은이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당시 이 글을 쓴 기자들로 바뀌고 큰 목차를 ‘봄·여름·가을·겨울’로 분류해 취재 당시의 계절에 해당하는 학교들을 순서대로 배치한 것을 빼고는 전체적인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먼지 풀풀 날리는 황토길따라 걷던 등교길, 친구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던 점심시간, 높은 하늘에 만국기가 휘날리던 가을운동회, 난로가에 둘러앉아 고구마며 감자를 구워 먹던 교실풍경, 그리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어린시절의 친구들….’
어느새 엄마·아빠가 된 30·40대, 특히 시골의 작은 학교를 다녔던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흑백영화처럼 오지의 분교이야기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는 마을 공동체와 굳게 손잡고 있다. 마을의 모든 꼬마들은 작은 학교에서 친구가 되고 자연을 교과서 삼아 저절로 배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아빠가 되며 마을의 대소사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기도 한다. 마을과 학교는 둘이 아니고 학생과 선생, 학부모가 모두 한가족이다.” 우리에게는 모두 낡은 흑백영화처럼 기억되는 이 모든 것이 금산의 시골학교, 강릉의 산골학교, 푸른 섬 제주도의 작은 학교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책에는 10개의 작은 학교가 실려 있다. 그러나 몇몇은 뜻하지 않게 작은 학교의 마지막 기록이 되고 말았다. 금산 건천분교, 죽변 화성분교, 남해 미남분교는 책이 엮어지는 사이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단지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인 학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산골마을에서 햇살처럼 울려나던 아이들의 웃음을 앗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채워주던 삶의 여백이 편리함과 효율성 앞에서 무참히 도려지는 것이다. 또한 우리들의 고향과 유년의 기억마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차압당하는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출간된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는 장규성 감독은 책을 읽으며 “아! 나랑 똑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셨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산골마을의 작은 학교라도 학교는 그 마을의 문화중심체이고 그래서 꼭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생각이었던 것. 그래서인지 폐교를 앞둔 작은 시골마을의 분교를 소재로 장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선생 김봉두’는 이 책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장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작은 학교들이 폐교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영화 엔딩에 흑백으로 폐교된 모습을 스틸로 처리한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다는 게 장 감독의 설명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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