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 kvca05@hananet.net
코스닥증권시장이 없어지게 됐다. 지난주 정부는 그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증권거래소·코스닥시장·선물거래소 등을 통합해 단일거래소체재로 개편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단일거래소로 통합한다는 방안은 전세계적인 증시통합추세, 지방분권화에 걸맞은 주식시장구조 확립, 시너지 효과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안은 몇가지 중요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거나 무시하고 만들어졌다는 견해가 많다. 전세계적 증시통합 추세는 우리처럼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회사의 통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증권시장이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지리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한다.
시장참여자의 효율을 위한 시장통합이지, 회사를 합병하고 실질적 정부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지배만 있고 증권시장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데 전세계적인 추세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방분권화의 명분도 그렇다. 당해 지역에서조차 반대하는데 명분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시너지 효과도 경쟁에 의한 시장원리가 존중될 때 나타나는 것이지 합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코스닥시장의 통합문제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코스닥시장이 무엇을 목적으로 생겨났으며, 우리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많다. 선물과 거래소를 통합하는 김에 다 해버리자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참으로 큰 문제다. 정부가 강조하는 신성장산업에 대한 기대와 인식은 거짓말이거나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신성장산업의 가장 핵심적 인프라는 나스닥이라는 증권신시장과 증권거래시스템이다. 나스닥이 없는 미국의 신산업은 상상하기 힘들다. 또 신산업이 없는 미국의 경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시장은 기존 거래소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존재한다. 뉴욕증권시장이 야간개장을 선언하자 나스닥이 바로 야간개장을 선언한 것은 이들의 관계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코스닥이나 나스닥으로 대표되는 증권 신시장은 신산업에 대해 가격을 발견하는 일과 가격을 만들어가는 기능의 차별화로 기존거래소와 경쟁한다. 재래 산업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격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데 있어 비교우위를 가진다.
이처럼 정체성이 다른 시장을 통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기존 코스닥시장체제로도 실질적 주식회사로서의 기능을 확보하지 못했고, 신성장산업의 직접금융조달시장이라는 정체성 확보에 실패했다. 하물며 단일거래소체제 안에서 사업부제 형태로 어떤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거래소에 비해 열등한 하위개념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단일거래소 안의 사업부제 개념으로 존치된다면 정부의 신성장산업에 대한 이해도 그 수준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성장산업이란 무엇인가. 향후 우리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인이며, 재도약의 견인차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약속한 6∼7%대의 성장과 2만∼3만달러의 국민소득달성 모두가 신성장산업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신성장산업은 어디서 발견되고 어디서 성장하는가. 미국의 대표적 뉴비즈니스군은 어떤 증권거래시스템이 만들어냈는가. 정부가 말하는 신성장산업의 육성목표가 중소기업을 창업해서 증권시장까지 진출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신성장산업의 육성은 코스닥이라는 증권 신시장에서 시작되고, 여기서 우리가 기대하는 신성장산업의 역할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열등하고 하위개념인 시장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거래소시장과 선물시장과의 통합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되고 특히 코스닥시장이 심도있는 검토도 거치지 못한 채 통합논리에 휩쓸려버리는 현재의 정부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코스닥시장이 실질적 주식회사로서 거래소시장과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하며, 신성장산업의 직접금융조달시장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지금보다 더욱 독립적인 시장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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