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맥스 금기훈 사장 ghkeum@wizmax.co.kr
2002년 우리나라 음악산업을 결산해 보면, 음악콘텐츠 산업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
2002년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약 2600억원 수준으로 2000년 4100억원, 2001년 3700억원에 이어 점점 낙폭이 커지고 있다. 2003년 1분기 실적도 전년대비 30% 감소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음악시장은 무선 인터넷 시장을 중심으로 2002년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오프라인 음악 유통규모는 축소되었더라도 IT시장이 이를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데도 음악산업이 침체, 불황을 넘어 이제는 고사 직전에 들어섰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는 신시장인 인터넷 음악시장이 갖고 있는 몇가지 모순에 기인한다. 유료화가 정착된 무선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수익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 불법복제로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차단됨에 따라 음악창작자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음반제작자의 경우 무선인터넷 주력 음악서비스인 벨소리, 노래방, 통화연결음 중에서 원음을 사용하는 통화연결음에서만 매출액 대비 12∼15% 정도의 사용료 수입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음악 저작권 최후의 보루인 신탁관리단체의 인터넷 사업 인식 또한 문제를 안고 있다. 콘텐츠의 시장가격 결정과정과 분배과정에서 시장의 합리적인 조정기능을 행사하지 못함은 물론 최소한의 원가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매출액 대비 몇%의 수익 배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천 콘텐츠 공급자가 소비자와 매출 발생 형태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 제품원가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매긴 상품가격에 일부를 떼어주는 것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P2P 서비스나 불법 무료 음악서비스들은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자유롭게 향유토록 함으로써 음반홍보에 기여하는 바가 크며 더 풍부한 음악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민에게 자동차를 무료로 나눠주면, 자동차 생산대수가 증가하여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산업발전을 운운하면서 기본적인 공급자 원가 인식조차 무시하고, 상황논리를 앞세워 폄하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명백한 불법행위를 다수의 논리로 버티고 보자는 식의 자세도 문제다.
결국 디지털음악 시장을 보면 불법복제 서비스의 억지와 정규 서비스의 불합리, 그리고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오프라인 음반업계의 난맥상이 어우러져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저작인접권 신탁관리단체의 등장과 음반사·제작자 협의회를 통한 일련의 움직임은 디지털음악 시장에서의 음반업계가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또한 모바일 CP들도 창구를 단일화해서 협상에 임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번이 디지털음악 시장의 합리적인 발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누가 되었건 디지털음악시장에 대한 논의의 주체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상식선의 시장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음악 콘텐츠 서비스 사업도 전통적 유통사업의 큰 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대부분 서비스 특성에 따른 원가 구조의 인식 차이는 있겠으나 기본적인 시장의 정상적 분배시스템까지 부정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분명 음악콘텐츠는 다수의 노력과 자본이 투자된 엄연한 재산물이며 이를 디지털화해 제공되는 부분도 엄연히 상품이다. 또한 인터넷과 음반산업의 문제는 새로운 시장에 나타난 신산업과 전통시장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분명 불법복제와 합법적인 정규 유통 사이의 문제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불법복제를 마치 인터넷 시대의 전도사로 미화하는 일도 이제는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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