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전자카드 도입 시범사업 왜 이러나

 이달중 시행될 예정이던 ‘공무원 전자카드 시범 도입사업’이 뚜렷한 이유없이 또 다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이 사업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일정 연기에 대한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공무원의 신분을 나타내는 공무원증을 스마트카드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기 앞서 미리 안정성과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정보통신부·행정자치부·외교통상부 등 3부가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지난 3월말까지 발급을 완료해 테스트에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한차례 미뤄져 4∼5월 중에 시범운영과 결과분석까지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범사업은 이달 들어 또다시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연기돼 자칫 본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부처와 공급업체들은 현재까지 일정지연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원인은 크게 △전자화폐 발급시스템 구축 지연 △스마트카드 공급 차질 △전자화폐 개발 지연 등 3가지로 추정되고 있다.

 전자화폐발급시스템 구축 지연=가장 설득력이 있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범사업의 추진 부처 중 하나인 정통부가 밝힌 원인도 이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공무원 전자카드의 주요 기능으로 포함될 전자화폐 부분을 담당할 농협의 발급시스템 구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전체 일정이 불가피하게 늦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의 전자화폐 발급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하이스마텍측은 “발급시스템에는 전혀 문제없다. 이미 많은 금융권에 동일한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 내에도 완벽하게 구축이 가능하며 카드 발급이 한달여 이상 지연된다면 그것은 발급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통부의 주장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스마트카드 공급차질=카드업체들의 카드 제작이 늦어져 전체 일정에 차질을 준다는 지적이다. 카드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측은 칩 공급자인 삼성전자를 통해 스마트카드 제작을 완료, 대기중이며 200장 가량은 선 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이미 농협측에 발급테스트용 카드도 지원키로 하는 등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카드공급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자화폐 개발 지연=이번 사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방형 ‘K캐시’가 적용되는 프로젝트다. 금융결제원이 개발한 기존 폐쇄형 ‘K캐시’를 범용화하기 위해 자바 기반의 개발형 플랫폼으로 재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지연원인 중의 하나로 꼽힐 수 있는 게 개방형 ‘K캐시’ 개발의 차질이다. 그러나 개발자인 에스원은 이달말까지 개발과 공급을 완료키로 계약을 체결, 처음부터 지연원인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결국 이달말까지 전자화폐로 개방형 ‘K캐시’를 포함시킨 공무원 전자카드를 발행하겠다는 정부측의 계획안 자체에 오류가 있는 셈이다.

이밖에 업계는 현재 대형 발급시스템의 구축은 문제가 없으나 시범사업 진행중에 정부가 소형 발급시스템 구축을 추가로 요구해 그에 대한 개발에 차질이 생겨 전체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으로는 주원인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관련업계는 이번 시범사업이 공무원 전체의 신분증을 대체하는 대규모 사업을 위한 선행 프로젝트인 만큼 시행시기를 더 늦춰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철저하게 규명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제2의 NEIS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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