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퇴색한 곡의 신비

 옛날에는 곡 하나 때문에 레코드매장을 이곳저곳 찾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품이든 해적판이든 물론 LP 시절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곡을 사려고 매장을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찾는 곡을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고 음원을 공짜로 다운로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쓸데없이 음반매장을 갈 이유가 없다.

 음악을 ‘얻는’ 개념이 변화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음악 자체에 대한 개념이 바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곡 하나가 주는 매력,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곡의 신비가 철저히 퇴색한 것이다.

 그동안 들으려고 해도 구할 수 없던 노래를 들이대도 수요자들은 꼼짝하지 않는다. 거기에 전혀 흥미가 없다.

 요즘 음반매장을 가보면 직배사 소니 뮤직에서 시리즈로 출시하는 ‘이센셜’ 팝 음반들이 있다.

 이센셜(essential)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나온 이센셜 시리즈는 밥 딜런, 마일스 데이비스, 닐 다이아몬드, 재니스 조플린, 산타나, 레너드 코헨 등 20명의 아티스트를 포괄하고 있다.

 과거에 팝을 조금 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음반들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그 가수의 대표곡들을 몽땅 모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흔하디 흔한 베스트 앨범 아니면 히트곡 컴필레이션의 일종이지만 이센셜 시리즈는 그 수준을 뛰어넘는다.

 거의 한 가수에 대한 총 정리인 동시에 집대성이다.

 밥 딜런만 해도 62년의 첫 곡 ‘Blowin’ in the wind’에서부터 99년 영화 ‘원더 보이스’에 삽입되어 오스카상을 받은 ‘Things have changed’까지 무려 36곡이 CD 2장에 담겨있다. 대부분의 가수가 CD 2장짜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센셜 시리즈는 MP3 무료 다운로딩 시대에 대한 음반사 나름의 방어책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인터넷으로 귀찮게 일일이 곡을 다운로드하느니 차라리 돈을 좀 내고 음반을 사는 게 편하다는 소비자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게다가 음악 다운로딩은 유료화가 대세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소니 뮤직 마케팅 담당자는 이센셜 시리즈에 대해 “현재 소비자 반응이 거의 없다”고 밝힌다. “레퍼토리를 있는 것 없는 것 깡그리 모아서 출시했지만 팬들이 그 귀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센셜이 잘 팔려나가지 않는 것은 음반사가 정확한 구매층을 설정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팝에 대한 무관심 더 나아가 곡의 신비가 완전 퇴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곡을 아무리 집어넣어 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음악자체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음악이 귀찮아졌다. 소비자들의 음악에 대한 피로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멀리하면 ‘국민감성의 하향화’가 초래되지 않을까. 한 곡의 소중함을 되찾아야 한다. 진지한 청취자세가 회복되지 않으면 앞으로 음악은 어렵다.

 임진모(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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