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업계의 연구인력 유출과 관련해 서울지방법원이 기업과 연구원이 맺은 ‘1년간 전업금지약정은 유효하다‘는 판결과 관련, ‘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냐’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냐’는 해묵은 논쟁이 휴대폰업계에서 또다시 일고 있다.
현재 삼성 등 기업도 일반적으로 직원의 입퇴사시 서약서를 통해 동종 및 경쟁업체로의 1년간 전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서는 이를 강력하고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핵심기술이 유출될 경우 기업이 금전적 손해는 물론 향후 기술 개발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력유출로 골머리를 않고 있는 LG전자 측도 연구원들에게 퇴사 때 재직시 취득한 영업비밀 사항을 누설하지 않으며, 퇴직 후 1년간 동종업계 또는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부족에 따라 휴대폰업체들의 인력 이직이 늘어나면서 이 조항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던지고 있다. 더구나 양측의 논리들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갖고 있어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지 않는 한 해결하기 쉽지 않는 문제다.
기업들은 이 조항이 인력유출을 막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인은 이 조항이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이 조항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최근에는 휴대폰 등 소위 ‘뜨는 산업’의 연구인력들의 이직이 잦아 전업금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일부 연구인력은 돈만 쫓아 직장을 옮기는 등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휴대폰업계에 따르면 업체들은 우수 연구인력의 스카우트를 위해 거액의 연봉 외에도 경력 연차마다 ‘1500만원+α’의 이적료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력 10년차 팀장급의 경우 이적료만 프로야구선수와 맞먹는 3억∼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원들로서는 한번의 이직으로 거액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따라서 전업금지의무는 이런 기회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에서 중소 휴대폰업체인 S사로 이적한 모 연구원은 “휴대폰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분야에서 기업들이 내세우는 1년간 경업금지의무조항은 연구원들에게 현대판 노비문서나 다름없다”며 “이직 후에 한동안 가슴을 졸이며 살았다”고 토로했다.
또 B사의 연구원은 “외국 기업들도 전업금지를 실행하고 있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전적으로 다르다. 외국의 경우 상당수 기업이 전업금지기간에 일정 부분 생존권을 보장해주지만 한국은 전혀 보장책이 없다. 1년이라는 전업금지기간에 실직자로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전업금지는 개인대 회사의 문제에서 점차 기업대 기업간 문제로 확대될 소지를 안고 있다. 업체들이 우수 연구원을 붙잡기 위해 해당 연구원은 물론 이들을 스카우트한 기업에까지 경제적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업체인 P사 사장은 “한국 휴대폰산업의 급성장으로 업계의 연구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전업금지가 기업은 물론 연구원들에게도 골치아픈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관한 한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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