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경력 17년의 베테랑 운전사 김성억씨(49)는 지난달 중순 난처한 일을 겪었다. 새벽 일찍 인천공항에서 태운 외국인 손님이 내민 것은 달랑 한국거래처의 명함 한 장. 영등포 어디쯤에 있다는 거래처는 이른 아침이라 전화받는 사람도 없었다. 난감한 순간, 하지만 택시는 불과 30분뒤 목적지에 깔끔하게 도착했고 외국인 바이어는 “코리아 택시 원더풀”을 연발하며 두둑한 팁까지 건넸다. 김씨는 최근 설치한 택시전용 차량항법장치(CNS)에 거래처 명함의 주소를 입력한 뒤 그냥 기계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따라갔을 뿐이다.
서민의 발, 택시가 첨단 IT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어떤 경우도 길을 몰라서 헤매지 않고 바가지 요금과 범죄위험이 없는 첨단 CNS 기반 택시콜 서비스가 국내 택시업계에 도입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콜택시회사 환경콜(대표 선상규)은 시끄러운 TRS 무전기 대신 첨단 CNS를 이용한 3세대 택시콜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실용화시켜 국내 택시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신형 콜시스템의 첫번째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 서비스’다. 환경콜의 정보센터에 고객전화가 접수됐다. “여기 양천구 신월동 ××번지인데요.” 안내원이 주소를 입력한 지 3초뒤 고객위치 반경 2㎞ 이내 가까운 택시에 자동으로 고객위치 정보가 전달된다.
‘전방 50m 좌회전.’ 택시기사는 첨단 CNS의 도움으로 복잡한 주택가 골목길을 거침없이 돌아 고객의 집 앞까지 손쉽게 찾아간다. 손님이 콜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고 택시를 잡으러 큰 길까지 나갈 필요도 없다.
두번째 장점은 택시승객이 바가지 요금과 각종 사고위험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손님이 운전석의 CNS화면을 보며 목적지까지 최단경로를 직접 선택하자 도착 예상시간과 운행거리, 택시요금까지 미리 나타난다. 또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어떤 경로로 주행했는지 모든 운행기록이 콜센터에 남기 때문에 교통사고나 범죄발생시 승객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
또 CNS 기반 콜서비스가 확산되면 한가한 낮시간에 손님을 찾거나 길을 몰라 거리를 헤매는 택시들이 대폭 줄어 대기오염방지에 유리하다. 이 신종 택시콜 서비스는 아직 회원수가 500여명에 불과하지만 여타 대형 콜택시회사도 하반기부터 유사한 서비스 도입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머지않아 국내 택시업계에 혁신적인 서비스 개선이 기대된다.
환경콜의 이성학 본부장은 요즘 경기불황과 지하철 연장운행으로 택시업계의 수입이 20∼30%나 감소한 상황에서 “이제 택시도 IT기술과 결합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운송수단으로 변신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 CNS 기반 콜서비스의 미래를 낙관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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