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발리우드 할리우드

 영퀴 하나, 세계 최대의 영화생산국은? 너무 쉽다구? 그럼 맞춰보시라. 당연히 미국. 땡! 정답은 인도다. 인도에서는 연평균 500편 이상, 많을 때는 800여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것도 보통 3시간 30분의 상영시간을 자랑하는 장편영화들이다. 인도 영화의 90%는 노래와 춤과 드라마가 혼연일치된 뮤지컬 장르다. 그래서 인도의 상업영화들을 발리우드라고 부른다. 인도 영화의 중심지인 봄베이, 지금은 뭄바이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인도의 할리우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는 인도음식을 좋아한다. 외국인 친구를 따라서 서울 이태원 인도음식 전문점에서 처음 먹어본 인도음식은 그 강한 향신료 때문에 한동안 내 후각을 마취시켜 버렸다. 인도음식 체인점인 ‘강가’에 가면 인도에서 직접 공수해 온 맛살라(masala)로 양념한 토종 인도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인도의 상업영화를 맛살라 영화라고 부르는 이유도 아마 인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향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 영화에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표현돼 있다. 뮤지컬 스타일의 맛살라 영화는 인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락영화다. 주제는 대개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여러가지 갈등요소가 등장하지만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국내 개봉된 ‘춤추는 무뚜’가 대표적이다.

 디파 메타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발리우드 할리우드’는 조금 색다른 맛살라 영화다. 왜냐하면 영화의 무대가 인도가 아니라 캐나다로 이민온 인도 가정이고, 감독이나 제작자도 인도 출신 캐나다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적 맛살라 영화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북미의 관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이러한 태생적 특징은 음악이나 세트에 이르기까지 온통 퓨전적 비빔밥으로 넘쳐나는 결과를 빚는다. 동서양 문화가 정신없이 혼재되어 있으며 다국적 문화가 충돌하는 ‘발리우드 할리우드’는 오히려 인도 특유의 강렬한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객들을 더 끌어들일 수도 있다.

 결혼 상대자로 인도 여성을 원하는 집안어른들 때문에 클럽에서 만난 매혹적인 여인 수를 연인이라 속이는 라훌은 백마탄 왕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분명히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연장선상에 위치해 있는 여주인공 수의 모습은 할리우드의 ‘귀여운 여인’과 일맥상통한다.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 것인가.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틈날 때마다 등장하는 화려한 주제곡들과 출연자들의 군무는 영화야말로 가장 오락적인 장르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주제적으로는 가족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윤리 사상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장르적으로는 코미디와 로맨스, 멜로 드라마가 다양하게 뒤섞여 있는 퓨전 스타일로 표현되어 있다. 영화의 외형적 틀은 인도풍이지만 내러티브의 특징적 구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상업적 변형이다. 깊은 생각하지 않고, 시간가는 줄 모르며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영화평론가> s2jazz@hanmail.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