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증산계획 없어 국내업체 사업 차질
지난해 4분기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고체촬상소자(CCD) 수급불안이 국내 폐쇄회로(CCTV)업계를 강타한 데 이어 디지털카메라·캠코더·휴대폰 업계까지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국내산업에 빨간등이 켜졌다.
이번 사태는 CCD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인데다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 소니가 물량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사업계획 차질까지 우려된다.
디지털카메라 및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인 삼성테크윈은 소니로부터 주문량의 70∼80%에 해당하는 CCD만을 공급받아 디지털카메라 생산량이 당초 목표 대비 80∼9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형 바이어라는 이점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CCD를 공급받아온 삼성전자도 캠코더 분야의 경우 최근에는 CCD 수급이 원하는 물량의 9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CCD 수급불안이 계속되자 가수요까지 발생, 전세계 캠코더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수급불안 문제에 직면한 것”이라며 “특히 소니가 최근 라인 정전사태로 수십만개의 CCD제품을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진 상태”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CCD를 휴대폰에 채용하기 시작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경우 아직까지 CCD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만간 휴대폰업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보고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CCD카메라 모듈 소싱과 관련해 세컨드 소싱업체를 발굴하는 등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CCTV업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비정규적으로 소량의 CCD를 주문해온 중소 CCTV업계는 아예 소니로부터 CCD 공급이 안되면서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CCD를 발주하던 업체들도 원하는 수량의 50% 정도만 근근이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 CCTV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CCD 수급불안은 지난해 초반까지 CMOS 이미지센서를 채택해온 일본 카메라폰업체들이 화질 때문에 CCD로 돌아서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니측은 상반기에 수급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계는 CCD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수시로 소니를 방문하는 등 물량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소니가 이번 공급부족은 가수요 때문이라고 판단, 생산확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은 수급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CCD는 우리가 보는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소자로 소니가 전세계 CCD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