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 방미에 거는 기대

◆디지털산업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노무현 대통령이 30여명의 정부 관료와 재계 인사를 이끌고 11일(한국 시각) 오후 첫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새 정부 들어 첫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북핵문제, 통상마찰 문제, 투자유치 등 양국간에 걸려 있는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있어 어느때보다 관심이 높다.

 특히 D램 상계관세 문제로 미국 측과 마찰을 겪고 있는 반도체산업계는 노 대통령의 방미에 남다른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상계관세 유예협정을 위한 실무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 최고 수장간 만남은 팽팽히 대응하고 있는 쟁점들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다.

 물론 이 같은 통상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와 투자유치 등 반대급부의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방미에서 노 대통령은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건으로 알려진 인텔 공장유치를 위해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우리 정부 대표가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현지업체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계관세 문제가 여타 사안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는 게 산업계의 입장이다. 하이닉스반도체를 돕자고 해서가 아니다. 이번 상계관세 부과의 이유가 IMF 당시 산업계 구조조정에 투입된 각종 금융자본이 모두 정부보조금으로 간주된 만큼 향후 타산업에 미칠 여파가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시 상황의 긴박성과 법적 타당성을 분명히 피력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조사를 목적으로 미 상무부 실사팀이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국책 프로젝트까지 일일이 뒤져보고 가는 등 비상식적인 협상 태도에 대해 분명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최근 WTO는 미국 정부가 현지 기업의 해외 법인에 대한 지원을 이유로 40억달러에 달하는 EU의 대미 보복관세를 허용했다. EU 정부의 3여년에 걸친 끈질긴 투쟁의 결과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손으로 뽑은 우리의 대표다. 국가 안보는 물론 국민의 자존심과 자국 산업까지 지켜내는 현명하고 강한 외교력, 끈질긴 협상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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