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넷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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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컴퓨터와 옆 사람의 컴퓨터를 어떻게 하면 연결할 수 있을까.”

 “또 내 컴퓨터와 옆 사무실의 컴퓨터를 연결해 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는 없을까.”

 이더넷은 진공상태의 공간에 전파가 흘러갈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말(독일어 에테르(ether)) 만큼이나 이상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런 이더넷(ethernet)이 오는 22일이면 지구상에 첫 선을 보인 지 서른해째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73년 당시로서는 데이터처리기에 불과한 컴퓨터들을 연결한다는 다분히 이상적이었던 이 질문을 스리콤의 창립자이기도 한 로버트 매트칼프 박사가 현실화시켰다.

 매트칼프 박사는 하와이 알로아대학에서 연구중인 네트워크 전송방식이 신뢰성과 안정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판단, 새로운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이더넷의 출현 배경이다. 그는 ‘이더넷:근거리 통신망을 위한 분산형 패킷스위칭(Ethernet:Distributed Packet Switching for Local Computer Network)’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론적 체계를 수립했다.

 이더넷은 개발 당시에만 해도 원거리 저속망과 고속 데이터 전송의 중간단계로 설계됐다. 때문에 이더넷이라는 용어도 우주에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가설의 물질인 ‘에테르(ether)’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컴퓨터가 단순한 데이터처리기에서 통신기기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매트칼프 박사가 이더넷 기술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인터넷 산업으로 발전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더넷은 근거리통신망인 랜(LAN)의 세포조직에 해당하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대부분은 이더넷 기술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더넷이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탓이다.

 이더넷만으로도 규모가 작은 네트워크의 경우 망 구성이 가능하다. 랜은 일종의 망 형태로 이뤄지며 컴퓨터 여러 대가 그물모양으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간단한 랜이라면 버스 망 형태인데 말 그대로 데이터가 버스처럼 컴퓨터 사이를 지나가면서 해당 컴퓨터에 도달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버스라 불리는 연결통로를 타고 돌아다니다 목적지 컴퓨터에 전송되는 것이다.

 이더넷 기술의 발명으로 네트워크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랜의 역사는 곧 이더넷의 역사라 할 정도로 밀접하다. 실제 이더넷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터넷 통신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더넷은 첫 개발 이후 5년이 지난 78년에야 이르러 공식적인 표준이 마련됐고 80년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PC용 이더넷 개발과 함께 내장형 이더넷카드인 ‘스리콤 이더링크 ISA어댑터’를 개발, 현재 이더넷 제품의 근간을 이뤄 발전을 거듭하게 됐다. 나아가 지난 83년에는 ‘802.3 CSMA/CD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아예 전세계 네트워크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더넷은 현재 전세계에 1억대 이상 보급돼 있다. 속도의 경우도 30년 전의 2.94Mbps에 비해 엄청나게 빨라진 10Mbps, 100Mbps, 1 , 10 급 이상이다. 앞으로 이더넷은 10Mbps, 100Mbps, 1 , 1Tbps 등 10배 이상의 성능을 갖춘 확장성 있는 네트워크 기술로 발전할 전망이다. 30년 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긴 하지만 트래픽의 증가로 이같은 속도의 개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따라서 이더넷은 다른 네트워크 방식과 비교해 단순하면서도 고속화·광대역화한 기술로 더욱 발전하리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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