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HP 첫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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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정보기술(IT) 산업 사상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휴렛패커드(HP)와 컴팩간 합병사(합병HP)가 3일(현지시각)로 출범 1년째를 맞는다. 2001년 9월 합병 계획을 처음 공개해 세계 IT시장을 술렁이게 했던 HP는 창업자 후손과의 피말리는 법정소송 등을 거쳐 지난해 오늘 합병호를 공식 발진시켰다.

 합병을 주도했던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합병으로 HP가 PC·서버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고 수십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 함께 세계 IT업체간 격전장인 컴퓨터 서비스 분야에서 IBM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년이 지난 지금 피오리나가 말한 합병의 효과는 얼마나 달성됐을까.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합병HP에 대해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른 ‘미완의 거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합병에 우호적 진영은 “IT업체들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맞이한 적이 없는데 이를 감안하면 그나마 HP는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합병 비판론자들은 “합병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증유의 HP와 컴팩의 합병 성공을 위해 현재 HP 내에는 아직도 200명의 합병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일년 전의 2000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일 “HP가 컴팩 합병에 따른 위험에서 다소 벗어났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한단계 올리기도 했다.

 ◇PC 및 서버=지난 3월 말 끝난 1분기 실적에서 HP는 델에 세계 PC 및 인텔 기반 서버시장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델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했고 HP는 5.7% 줄었다. PC분야에서 피오리나가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지난해 흑자로 반전하는 깜짝쇼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영을 잘해서라기보다는 회계를 조정한 탓”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지난해 460만대였던 세계 서버시장에서 HP는 30%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급기종에서 IBM에 비해 자원이 풍부하지 못하고 델에 비해 저급 모델의 효율성에서 뒤지고 있다.

 ◇비용절감=성공적인 편이다. HP는 합병 전 오는 2004년 말까지 25억달러의 경비를 절감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오는 10월 말 끝나는 이번 회기에서 이미 30억달러 정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컴팩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제프 클라크 HP공급망 총괄책임자는 “올해 공급부문에서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납품업체들에 전자경매를 실시하고 있는데 하드드라이브의 85%를 이 방식으로 조달 중이다. 지난 한해만 약 20억달러의 부품을 전자경매로 구매했다.

 ◇서비스 사업과 주가=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최근에도 10년간 프록터&갬블의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해주는 내용의 30억달러짜리 대형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최대 업체인 IBM도 대형 서비스 계약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어 IBM을 추월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합병HP에 대해 아직 ‘두고보자’는 식이다. 현재 주가도 일년 전의 17달러보다 수십센트 부족한 16달러선에 그치고 있다. 합병 계획이 처음 발표된 2001년 9월 당시 HP 주가는 22.47달러였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