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공동 국가전자무역추진위원회 발족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무역협회는 전자무역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부·경제단체·기업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전자무역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난해 9월 발족한 민간 차원의 전자무역추진위원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행사로 인터넷 확산 등에 따른 무역 패러다임의 전환에 무역업계가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목적이다. 송희영 한국무역학회장의 초청강연 및 각계 전문가들의 전자무역 추진사례 발표내용을 요약한다.
<초청강연> 21세기형 무역패러다임 ‘전자무역’-송희영 한국무역학회장
우리는 디지털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혁명은 그것을 겪는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와 도전, 그리고 이에 따른 위험을 동반한다. 전자무역이나 정보기술도 그것이 갖는 의미를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정부의 정책결정, 기업의 의사결정이 진행돼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은 과학 학술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컴퓨터의 보급 및 확대로 국제무역환경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으며 구체적인 무역업무절차도 크게 변하고 있다. 전자무역의 발전은 곧 산업과 기업의 접근성을 더욱 손쉽게 해 국제시장의 물리적인 거래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년 내에 전자무역의 시대적 조류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21세기 무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자무역 인프라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워킹그룹의 효율적 활용과 피드백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또 핵심서비스 제공을 위한 통합 전자무역 플랫폼이 효율적으로 구축돼야 하며 시스템 구축 이후 일정기간의 운영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쟁의 원칙을 중시하되 IT업계 내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통한 중복투자를 지양해야 하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정부의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무역 추진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자무역추진위원회’가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날로 확산되는 전자무역에 대해 우리가 국제무역환경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시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역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책들이 순조롭게 추진될 때 무역한국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추진사례>
◇한·일간 서류없는 무역 네트워크 - 이창주 현대자동차 차장
글로벌 전자무역 추진을 위한 최초의 시도로서 한일간 서류없는 무역(paperless trade) 추진사업이 그동안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상사간 자동차 제조용 철강 수입사례를 대상으로 진행돼 왔다. 이 사업의 목적은 상업송장(IV), 포장명세서(PL) 등 그동안 오프라인을 통해 교환되던 무역 관련 문서들을 전자화해 업무 효율과 비용 절감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2000년 9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IT협력 이니셔티브’에서 양국 전자상거래 협력방안으로 ‘서류없는 무역 추진방안’이 채택된 것이 이 사업의 시발이다. 그 후 2001년 6월에 개최된 사업추진 실무회의에서 현대차와 미쓰비시간 자동차용 강판거래 사례가 시범사업 적용 업무로 결정됐다. 이 사업은 양국의 EDI 사업자인 한국무역정보통신과 TEDI(일본)가 시스템 구축 및 기술적인 부분을 전담하고, 산자부 및 무역협회에서 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추진상황의 감독·점검 및 정책·제도분야의 지원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지난 4월 1일부터는 현대자동차의 바츠(VAATZ) 시스템과 일본의 미쓰비시상사 등 최종 사용자간 네트워크를 상호연동해 실거래 데이터를 적용한 전자문서 교환이 이뤄지게 됐다.
◇무역금융업무 자동화시스템의 확산 -LG전자 정한구 부장
LG전자는 국내기업 최초로 수입금융업무의 100% 페이퍼리스를 실현함으로써 관련 업무 수행의 효율성 극대화뿐만 아니라 연간 70억원에 달하는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면서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해온 무역금융업무 전반의 자동화 구축작업을 성공리에 완료했다. LG전자는 그동안 전국 10개 사업장별로 전산과 수작업을 병행 처리해오던 신용장 개설에서부터 수입대금 결제 및 해외송금에 이르는 수입금융업무 전반을 완전 자동화해 본사로 집중화하기로 하고 최근 LG CNS와 한국무역정보통신, 신한·우리·조흥·한미 등 국내 9개 은행과 공동으로 ‘수입금융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입금융업무의 완전 자동화와 100% 페이퍼리스 구현으로 LG전자는 구매 및 금융부서의 업무 효율성 증대와 비용절감에 의한 연간 70억원의 직접적인 업무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관련 업무프로세스의 혁신에 따른 지속적인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LG전자 수입금융업무의 100% 무서류화 실현은 재정경제부가 EDI에 의한 전자문서도 근거서류로 인정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전자원산지증명서의 활성화 -대한상의 장원식 차장
전자원산지증명(ECO)의 확산을 위한 민관공동사업이 산자부의 지원 아래 전자무역추진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원산지증명(CO)은 화환어음의 부대서류이자 국내에서 제조, 가공되거나 채굴, 채취된 수출물품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국적확인증서의 성격을 가진 통관 필요서류로 올해 약 60만건의 발급이 예상되며 적성국 물품을 판별하거나, 수입상품에 대한 관세부과시 양허세율이나 국정세율을 적용하는 기준으로 이용된다. 전자무역 활성화 노력의 일환으로 산자부는 올해 1월 수출물품 원산지증명 발급규정을 개정하면서 EDI를 통한 전자원산지증명 발급시 수수료를 현행 5000원에서 2500원으로 경감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대한상의도 이에 호응하여 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사후관리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처럼 전자원산지증명을 확산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되자, 이를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전자원산지증명 발급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 이번 개선작업으로 그동안 온라인 신청이 불가능했던 대한상의 비회원과 지방상의 회원들도 전자원산지증명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각 지방상의에 대한 ASP서비스가 보다 용이해져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e무역상사 적극 추진 -김태성 EC21부사장
e무역상사 사업은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수출경쟁력 강화로 연결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 정부는 무역업무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거래알선·상담·계약·수출대행·사후관리에 이르는 무역업무 전반을 ‘e무역상사’를 통해 지원한다. 현재 이씨플라자·EC21·티페이지글로벌 등 3개 업체 e무역상사로 지정돼 있다. 올해 e무역상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수출실적 500만달러 미만의 중소 제조수출업체, 중소기업청의 수출기업화 사업 지원을 받지 않는 업체, 전자무역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 등 총 150개사다. e무역상사는 지원업체 담당자에 대한 전자무역 교육과 오퍼·카탈로그 등 상사간 정보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 체계를 마련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과 전자무역을 통한 중소기업수출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무역상사는 전자무역의 한 분야인 온라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을 디지털 정보시대에 적합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시켜 나가는 한편 중소 수출업체들의 수출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현명관 전자무역추진위원장
“이젠 저도 사회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자무역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저의 각오도 제 자신을 위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게 아니고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전자무역추진위원회 현명관 위원장(63)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 확산될 전망인 전자무역시대 개막의 개국공신이다. 현 위원장은 전자무역추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을 당시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해준 한국경제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전자무역은 무역혁명입니다. 전자무역은 단순히 전통무역의 거래방식을 전자화하는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될 중요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의 앞선 IT인프라를 전통적인 무역프로세스와 빠르게 접목하면 실질적인 수출경쟁력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전자무역은 VAN·EDI 방식의 전자문서교환시스템인 무역자동화시스템이 단순히 경제적인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된 소극적인 수단이 아니라 무역프로세스상에 존재하는 관련 기업간 협업과 정보교환의 연계·통합을 추구함으로써 업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적극적인 개념의 수단이다.
“전자무역체제 구축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로 일개 기관과 기업의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국가적 역량의 결집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합니다.”
전자무역에 관계되는 부처는 광범위하다. 프로세스별로 소관부처가 다르고 기능도 분산돼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갈 길이 먼 전자무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일된 법규를 통한 전자무역 환경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물론 이러한 법률뿐만 아니라 관행들이 단시간 내에 개선되는 것은 어렵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리 수백억 이상의 재원을 투자해도 시너지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관계 주체들의 보다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 위원장은 민간 전자무역추진위원회 위원장직과 함께 전경련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두 직책이 중책인 만큼 한 사람이 감당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책임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전자무역체제의 구축과 활성화는 설사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사실 현 위원장의 겸직은 무역협회와 전경련이란 양대 경제단체의 공조를 보다 더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e코리아 사업을 추진중인 전경련은 최근 전자무역부문을 사업에 포함시켜 전자무역추진위원회를 지원하고 있다. 무역협회 김재철 회장도 “전자무역 관련 사업 추진시 전경련과 공조를 꾀할 수 있는 등 긍정적 요인이 더 많다”며 현 위원장의 겸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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