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덕 정보통신지적재산협회장(직대) sdjang@itipa.org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인재가 풍부한 나라다. 알고 보면 깜짝 놀랄만한 향기 높은 저술, 기발한 발명이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끼리는 잘 알고 후세에 열심히 가르치고 있지만 바깥세상에 얼마나 알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려시대인 서기 1234년에 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는 책을 찍어낸 금속활자 인쇄술은 인류문화사상 최고의 발명품인 동시에 정보화의 효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보다 200여년이나 앞선(1455년) 발명이라는 것을 바깥세상 사람들이 과연 알고 있을까.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1441년) 장영실이 만든 측우기와 동시대에 건조된 수표(지금의 수표교의 원천)가 이탈리아의 카스텔리가 만든 우량계보다 198년이나 앞선 발명임을 세계의 누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양이 자랑하는 잠수함의 원조가 1400년대에 우리나라 바다를 떠 다녔다는 거북선이라는 사실을 세계인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 멀리 거슬러 올라 갈 것 없이 최근에만 해도 얼마나 많은 우리의 발명과 창의의 산물들이 우리 자신의 자존심 만족으로 끝나 버리고 후세에 두고두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리고 마는가. 이동통신 경쟁시장에서 퀄컴과 동급으로 출발한 우리기술이 CDMA시장에서는 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값을 지불하는가. 우리 것을 포장해서 세계시장에 내놓고 팔지 않고, 속으로만 야속하다느니, 너무한다느니 불평을 한다. 세계인은 우리의 그러한 행태를 보며 불쌍하지만 어리석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바이오텍분야 연구진이 항균 치료제인 ‘팩티브’를 발명해 미국 식품의약청의 신약승인을 받았다고 대서 특필됐다. 이런 BT·NT분야의 발명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사업화·산업화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자랑만하고 치운데서야 말이 안된다. 발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용도에 긍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발명만 할 게 아니라 그 후속 조치가 더 중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수많은 발명과 창의적 발상이 폐쇄적이고 회의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는 버릇이라면 계획을 짜고 정책을 펴서 장기적으로라도 아까운 지식재산을 자손대대로 부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호하고 홍보하며 시장성을 높이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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