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제왕에서 모바일의 제왕으로.’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CES 기조연설 중간에 하나의 시계를 소개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CES 기조연설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신 제품, 혹은 컨셉트 제품을 소개하는 기회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참석자들의 기대는 자못 컸으나 예상 외의 제품을 선보이자 사람들은 실망했다.
그러나 실망이 감탄으로 바뀌는 것은 잠시였다. 이 손목시계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랜 기간 연구해온 첫번째 ‘스폿(SPOT:Smart Personal Object Technology)’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스폿은 시계 등과 같은 일상 기기에 인터넷 접속기능과 같은 첨단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프로젝트다. 이 스폿시계는 FM라디오 기술을 이용해 손목시계에 시간뿐만 아니라 뉴스·주식 정보·날씨정보 등을 제공한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 자동적으로 시간도 바뀌게 된다.
PC 운용체계로 세계 최대 가치의 IT기업으로 발돋음한 마이크로소프트가 PC를 떠나 모바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PC의 1년 시장 규모는 대략 1억3000만대. 그러나 휴대폰은 4억대를 돌파한지 오래며 시계도 수억대에 달하는 등 PC시장을 크게 초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침체의 탈출구를 무궁무진한 시장이 놓여있는 모바일기기에서 찾고 있다.
△노트북 이상의 노트북 태블릿 PC
모바일 기기를 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노트북·모니터·PDA·스마트폰·시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노트북 개념을 뛰어넘는 태블릿 PC용 운용체계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태블릿PC는 기존 노트북의 기능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필기입력 기능을 새로 추가한 제품이다.
인류가 5000년 이상 사용해온 정보 기록 수단인 필기입력을 노트북에 접목함으로써 노트북 사용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다. 의사들은 태블릿PC를 이용해 차트에다가 필기입력 방식으로 기입할 수 있으며 건축설계사는 드래프트를 미리 그려볼 수 도 있다. 디자인도 노트북과 달리 극단적인 경박단소를 추구하며 무선랜 기술이 필수적으로 접목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PC 부문 총괄 부사장인 알렉산드리아 롭씨는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 내에 대부분의 노트북PC가 태블릿PC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태블릿PC의 미래를 낙관했다.
△움직이는 모니터, 스마트디스플레이.
PC를 거실에서 편하게 앉아서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디스플레이다. 물론 노트북으로도 가능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노트북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스마트디스플레이는 PC본체에 연결되면 모니터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를 분리해도 PC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모니터다. 이는 무선랜으로 PC본체와 연결돼 PC본체의 내용을 불러오거나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선랜이 사용할 수 있는 100m 이내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거실이나 부억에서도 이를 갖고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PC본체에 담겨져 있는 MP3파일 재생도 가능하다. 또 핫스폿이 설치된 외부지역에서는 가정내 있는 PC에 담겨진 서류를 읽어볼 수도 있다. 아직까지 무선랜 속도의 한계로 동영상 재생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과 한대의 PC에서 두대의 모니터를 연결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이지만 조만간 발표될 스마트디스플레이 1.5 운용체계하에서는 이 부분도 해결될 전망이어서 소비자와 PC업체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휴대폰도 이제는 내 영토
이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다시피한 휴대폰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미 PDA의 경우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전체 PDA 운용체계의 70%에 육박했던 팜운용체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포켓PC, 윈도CE에 의해 지난해에는 55.2%로 하락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 계열 운용체계가 PDA에 채택된 사례는 25.7%(319만대)에 해당했으며 기기 금액으로는 팜 제품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 팜PDA에 비해 멀티미디어 기능, PC와의 호환성 등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급속도로 영토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이제는 휴대폰 분야로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휴대폰용 운용체계인 스마트폰2002를 출시하고 일본의 센도·삼성전자 등의 단말기업체에 운용체계를 공급했다. 스마트폰2002는 전화걸기 기능에 한정돼 있는 휴대폰을 인터넷 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웹사이트 접속은 물론 인터넷 검색·멀티미디어 메시지 등도 손쉽게 구현 가능하다. 그러나 경쟁이 미약했던 PC 운용체계와는 달리 심비안·리눅스 등의 강력한 경쟁업체들이 있는 데다가 대형 휴대폰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호감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연 휴대폰 메이커들을 설득하고 그토록 기대했던 휴대폰에 진출할지 전세계 IT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도 배고프다.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도 새로운 영역을 찾고 있다. 미래를 창출하자는 그들의 모험정신이 찾은 것은 일상기기에도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스폿(SPOT)’프로젝트다. 초기 모델은 시계로 선정됐으며 올해 9월경 스폿기술이 접목된 시계가 출시될 예정이다. 또 이와 함께 장거리 여행시에 동영상이나 사진 파일, MP3파일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투고’도 올해 연말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모바일 기기를 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열정은 비록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겠지만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재 시대를 맞고 있는 현 IT상황을 감안해볼 때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인터뷰: 김시연 MS OEM사업부 이사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전부터 사람과 사람, 디바이스와 디바이스, 서비스와 서비스를 연결해 보다 가치있고 편리하고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컴퓨팅 개념인 ‘닷넷’을 추진해왔습니다. 모빌리티는 닷넷전략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전략이기도 합니다.”
김시연 마이크로소프트의 OEM사업부 이사는 모바일의 미래에 대해 어느 사람보다 긍정적이다. 그는 “당장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주위를 둘러보면 거의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모바일 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컴퓨팅 환경도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인터넷이 예전에는 PC나 노트북을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PDA·휴대폰·시계로도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기기의 운용체계 회사로만 여겨지는 데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김 이사는 “닷넷 전략은 연결과 통합이 핵심요소”라며 “MS가 제공하는 운용체계는 모든 기기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그것 못지않게 휴대폰이나 PC가 하나의 정보공간에서 통합되면서 공통된 내용을 보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도 MS의 큰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를 감안할 때 모바일 분야에서도 독불장군으로 행동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그는 “PC분야에서도 많은 PC업체들, CPU 등 협력업체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가져왔다”며 “모바일 분야에서는 PDA 및 휴대폰 개발업체들에 기술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통신업체와 제휴해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런칭하는 데도 일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시연 이사는 “국내의 모바일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한 컨슈머 마켓쪽으로만 지나치게 인식되어 있고, PDA나 노트북, 정보단말기 및 기타 IT 분야 등 연계산업의 발전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아 산업 불균형으로 인한 모바일 산업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소외 분야의 개발자 커뮤니티를 육성하고 뛰어난 기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방식으로 국내 모바일 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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